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다. 농촌에서 성장하며 심심할 때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쌩쌩 누비며 다녔다. 어느 날, 마을 가파른 마을 언덕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데 속도가 줄여지지 않는다. 언덕 아래에는 논이 쫙 펼쳐져 있었다. 긴장감 속에 그랬던 것일까? 사실 자전거는 어른들이 타는 크고 높은 자전거였다. 나의 직감대로 나를 태운 자전거는 모가 심겨 있는 논에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주변에는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다친 사람도 없다.
고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을 온 후로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버스와 지하철이 나를 이동시킬 수 있는 최선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다니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곳이다. 혼자 곤두박질을 쳐도 괜찮았던 시골의 한적한 마을이 아니다. 내가 실수하면 타인인 누군가가 다치기 십상이다. 그리고 곳곳이 위험한 상황들을 다 안고 있는 거리이다.
나는 자전거를 맘대로 넘어지면서 탈 수 없는 이 도시에서 40년을 살아오는 동안 큰 병들을 많이도 얻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암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넘어져도 위험하지 않은 시골이 나에게 필요해졌다. 강릉에 있는 한적한 곳으로, 포항에 있는 시골스러운 곳으로, 이제는 제주도의 시골 마을로. 내가 실수한 행동으로 많은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되는 지하철이 없는 곳으로 옮겨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암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