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29일 월요일, 내일 30일 화요일에 딸이 온다.
아침에 일어나 고민한다. 예쁜 카페에 다녀와서 청소할까 아니면 청소하고 나서 카페에 갈까. 그동안 일상의 생활을 하느라 제주도에 와서도 혼자 예쁜 카페에 못갔다. 그러다가 오늘 공휴일이라 혼자 스스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내가 지내고 있는 원룸형 방은 침대가 없고 딸과 나란히 누우면 빈틈이 없게 좁은 공간이다. 이러한 모양의 방 하나에 싱크대, 붙박이장, 책상, 서랍장이 벽을 따라 놓여 있다. 다행히 화장실도 있고 좁은 베란다에는 세탁기도 있다. 혼자 지내며 매일매일 정리하고 치우며 산다고 해왔는데도 좁은 방안에 이것저것 너저분한 모양으로 좁은 방을 더 비좁게 해놓은 모양새다. 이불은 아직도 솜이불을 덮고 있다. 딸과 함께 덮어야 하는데 얇은 이불을 하나 살까도 생각한다. 싱크대 위에 있는 찬장과 싱크대 아래에 있는 문을 열어보아도 그릇과 냄비, 반찬통들이 늘어져 있다. 화장실을 들여다보니 벽에 곰팡이 색으로 군데군데 덮여 있다. 직장에 다니며 퇴근 후에는 운동하고 또 책을 읽고, 글쓰기를 공부하느라 손이 덜 간 것이 확인된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또 유학에 필요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느라 1년 동안 쉴 새 없이 고생한 딸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할 텐데 이 상태가 되어 있다.
예쁜 카페에 가는 것을 뒤로하고 대청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하고 나니 오전 10시다.
우선 부엌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찬장에 있던 영양제들, 밥그릇, 국그릇, 크고 작은 접시들, 반찬통, 냄비들을 다 끌어냈다. 찬장 중간 칸에 영양제들을 놓고, 아래 칸에는 그릇들을 정리했다. 싱크대 아래에는 반찬통들과 냄비들을 가지런히 놓았다. 다음으로는 책상 위 물건들과 서랍 안에 쌓아 놓은 물건들을 방바닥에 다 끌어내 놓았다. 버릴 것들이 참 많다는 것에 놀랐다. 평상시에 필요 없는 것들은 버린 줄 알았는데 또 쌓여 있다니. 지금 당장 읽지 않는 책들은 이불장 안 빈 곳에 쑤셔 넣었다. 옷장을 보니 아직 겨울옷이 걸려 있기도 하다. 겨울옷들을 다 걷어서 세탁기에 넣고는 울 샴푸 세제를 이용하여 돌렸다.
베란다의 상태가 험악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흙먼지로 베란다 바닥이 지저분하다. 베란다 청소 세제가 없어서 빨래 세제를 바닥에 뿌리고 수세미로 박박 닦은 다음 수돗물을 틀었다. 콸콸 쏟아져 내리는 수돗물로 인해 꺼멓던 바닥의 흙들이 씻겨가니 정말 깨끗한 제모습의 타일이 드러났다. 가끔 이렇게 닦았는데도 금세 흙먼지로 덮이곤 한다. 베란다 밖 창문이 없기 때문이다.
슬슬 배가 고파왔다. 아직 화장실 청소와 방 청소가 남았는데 벌써 오후1시를 넘겨 가고 있었다. 잠깐 쉬면서 1일 견과류 한 봉지를 뜯어 입안으로 쏟아 넣었다. 화장실 청소를 하기 위해 부엌에서 사용하던 고무장갑을 이용했다. 부엌용은 다시 사야겠다. 곰팡이 제거 세제를 변기와 벽, 바닥에 넉넉하게 뿌렸다.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로 힘주어 닦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청소가 끝나간다는 생각에서다. 차가운 물로 좍좍 씻어내고 나니 마음도 시원해졌다.
이제 다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널려있던 빨래들을 정리하고, 방바닥에 깔려있던 이불들도 개어 제자리를 찾아 넣은 후, 청소기로 방 먼지를 빨아들였다. 물걸레로 방바닥을 닦고 나니 방안이 그래도 조금은 넓어진 느낌이다. 이렇게 딸을 맞이하기 위한 대청소를 오후 2시쯤에 끝마칠 수 있었다. 이불을 사러 갈 시간이 없다. 이불은 그냥 지금 덮고 있는 것으로 사용해야겠다. 아침에 먹다 남은 반찬과 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어제 사다 놓은 체리와 방울토마토로 입맛을 달콤함게 정리하고 나니 오후 3시가 다 되어간다.
예쁜 카페는 딸과 함께 가야겠다. 잘됐다. 오늘은 서우봉 둘레길을 걷기로 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나섰다. 왕복 시간은 넉넉히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서우봉으로 가는 길은 함덕해수욕장을 지난다. 바다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참 많다. 나도 내일부터 한 달 동안은 딸과 함께 바닷가를 걸을 수 있다. 서우봉을 돌고 집에 들어오니 청소하기 전보다 넓어진 듯한 방이 훤하게 느껴졌다. 딸이 한 달 동안 이곳에 머물 때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 거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