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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평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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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하다 Sep 14. 2016

내가 꺼낼 수 있을까

04. 2016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나만 좋아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를 좋아하는 마음과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한데 뒤섞여 아무런 표정도 표현도 하지 못했다


너무 사람을 잘 믿어서 

남들이 걱정을 할 정도였는데


이제 너무 어려워졌다


믿음이 깨지는 순간

바로 헤어지는 편이 낫다는 것을 배웠지만

그래, 이렇게 배워나가는 거지 뭐

하며 털어내기엔 그 충격이 너무나 컸나 보다


'애쓰지 않아도 절로 믿어지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이후로

두 번의 인연이 지나간 뒤

다가온 한 남자


당신이 좋아지는 게 두렵다는 내 말에 그가 대답했다


"너무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 게 네 잘못이야?

 그렇게 마음을 웅크리면 그다음 상대가 불쌍한데

 덜 좋아해야지... 하는 거잖아."


그간의 내가 불쌍해졌고

그렇게 말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서

한참을 울어버렸다


시작도 전에 다가올 상처를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됐지만

극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좋은 사람이길



https://www.instagram.com/soosu_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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