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2016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나만 좋아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를 좋아하는 마음과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한데 뒤섞여 아무런 표정도 표현도 하지 못했다
너무 사람을 잘 믿어서
남들이 걱정을 할 정도였는데
이제 너무 어려워졌다
믿음이 깨지는 순간
바로 헤어지는 편이 낫다는 것을 배웠지만
그래, 이렇게 배워나가는 거지 뭐
하며 털어내기엔 그 충격이 너무나 컸나 보다
'애쓰지 않아도 절로 믿어지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이후로
두 번의 인연이 지나간 뒤
다가온 한 남자
당신이 좋아지는 게 두렵다는 내 말에 그가 대답했다
"너무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 게 네 잘못이야?
그렇게 마음을 웅크리면 그다음 상대가 불쌍한데
덜 좋아해야지... 하는 거잖아."
그간의 내가 불쌍해졌고
그렇게 말해주는 당신이 고마워서
한참을 울어버렸다
시작도 전에 다가올 상처를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됐지만
극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좋은 사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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