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2016
참 이별하기 힘든 계절에
헤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함께 나누던 체온 하나만 없어졌을 뿐인데
내 마음의 온도 하나도 오롯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왜 갑자기 날씨까지 추워진 거야...'
서로 힘들어서 헤어진 건데
서로 좋았던 기억들만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놈의 일기 안 써도 좋으니
이제 그만 안정을 달라고 어디에 떼를 쓸 곳도 없고
쓸쓸한 마음에 그의 안부가 궁금해져 폰을 들었다가 놨다가
머리에 그의 생각으로 가득 차
다른 일들이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때
나를 진정시켜주는 한 마디는
'날 버린 남자다.'
상기하면 비참한 일이지만
내가 이별을 뱉은 상황이 아니니
그의 마음을 내가 어쩔 수 없는 걸 잘 알아서
정리하기엔 되려 쉬운 편이라는 걸 다행히 여긴다
함께한 시간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마음의 냉정을 찾을 때쯤
그 휴지통 속 시간을 복구하자는 듯이 불현듯 연락해왔던
과거의 남자들을 떠올리며 너에게 바라본다
딱 이 상태로만 서로에게 남자
그때 그 빛나던 서로의 웃음이 퇴색되지 않게
연락하지 말자
각자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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