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캐나다에서 첫 출근

드디어 말한다 텔레마케팅

by 권귤

출근은 10시였(던 것 같다. 불과 7개월 전인데 기억이 가물가물가물치)다.


8시 반에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떨리긴 했지만 매우 홀가분하고 기대됐다.


와 드디어 다시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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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도착했다. 당시 내게 무척이나 친절하게 대해줬던 수다쟁이 면접관은 국장이었다. 높은?자리에 앉은 그녀는 면접날과는 달리 매우 싸늘했다.


"저기가 자리야. 거기 앉아 기다려"

-아, 넵


10분이 지났을까 '사수'가 왔다. 매우 친절해 보이는 여자였다. 내게 할 일을 가르쳤다.


1. 발행된 자사 업소록에 있는 모든 회사에 전화를 건다.

-북미는 보통 한인 언론사들이 한인 업소록을 만들어 배포한다.(왜 하는지 모르겠다 요즘에도 업소록 보나?)

-두께가 4cm 되는 캐나다(토론토 지역 위주) 한인 업소록에 일일이 전화를 해 회사명 / 주소 / 전화번호 / 이메일 주소 등에 변경이 있는지를 물어본다.

-만일 업소록에 작은 광고를 내고 있는 회사라면 계속 지속할 건지 묻는다. 안 한다고 하면 회유한다.

-전화통화 후 변경된 내용이 있으면 워드 파일에 써서 기록을 남긴다.

-광고 연장이나 새 광고가 들어오면 영수증을 만들어 보낸다.


그러니까 하는 일 간단히 말하자면: 1년에 한 번 만드는 업소록 내용 업데이트 하기. 광고 유지하기.


2. 캐스모(토론토 한인 다음 카페)와 교차로의 사고팔기 / 무료 나눔란 / 부동산 코너를 보고 전화를 건다.

-언론사 페이지 혹은 지면에는 광고란이 따로 있다. 어른들은 읽지도 못할 그 빽빽하고 작은 글씨의 광고란에 매주 광고를 교체한다.

-그 광고란은 한 칸도 빼먹으면 안 되는데(방송사고/지면사고)

-그 광고란을 채우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1주일은 무료고요, 그다음부터는 원하시면 사용료 지불하시고 광고하시면 돼요"라고 나는 전화를 돌려야 했다.

-근데 요즘 누가 신문광고 보고 전화함? 70대? 80대? 그분들은 눈이 침침해서 그 광고를 읽기도 힘들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다들 하시는데.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도 부동산 렌트 광고 올릴 때 캐스모 부동산 페이지에 사진까지 고이 찍어서 올리신다.

-이건 왜 하는 걸까? (라는 생각으로 무지 하기 싫었다.)


그러니까 하는 일 말하자면: 지면 광고 내용 업데이트 하기. 아무도 안 보는 광고에 돈 쓰게 요구하기.



이날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며 일했다. 점심엔 도시락으로 싸간 흰쌀밥과 소시지 하나를 씹으며 생각했다.


그만 다니자.


텔레마케팅? 나쁘지 않았다. 좋은 제품을 판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이건 내 기준에선 '이미 수명이 다해버린 골동품(동묘 구제시장에서도 안 팔릴)'을 꾸역꾸역 광고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게 광고인가? 구걸...이지..ㅠㅠ

그렇다고 시급이 높아 아쉬운 직장이었나? 그것도 아니었다. 14불(최저임금)에 하루 6시간 근무 = 하루 84불(택스 차감 전) = 71,000원


이날 밤부터 다시 구인 공고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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