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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Apr 14. 2020

첫 번째와 두 번째 이별의 차이

31살의 기억

세상에는 공개해도 될 게 있고, 숨겨야 할 게 있다. 이건 숨겨야 할 것에 가깝지만 누군가는 이야기를 보고 위로를 얻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남긴다. 단 한명이라도 위로를 받는다면 고맙겠다. 우선, 이건 날 위로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1명이 일단 위로를 받았으므로 목표는 달성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첫 번째 이별’이었다. 함께 성장해 온 내겐 당연했던 누군가와 더는 얼굴을 마주볼 수도, 연락할 수도 없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내가 먼저 이별을 말했음에도) 이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차오른다. 그냥 그때 슬퍼했던 나 자신이 속상해서.


내 속에 담긴 침전한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었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랐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만 읽길 바랐다.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내 마음을 써내려갔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되돌아봤고, 서서히 상처는 회복됐다. 회복에는 2-3년의 시간이 걸렸다. 상처가 아물면서 글감은 바뀌었다. 슬픔, 상처에 대한 회고에서 내 삶의 즐거움을 기록하는 일로.

하지만, 결국 상처를 봉합하는 일은 ‘심리상담’으로 마무리지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부터는 옛날기억이 거의 사라졌다. 이제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백지가 됐다.


다신 이별이 없을 줄 알았다. 아파했던 그 이별 경험이 무서워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속절없이 또 찾아왔다. 가장 무서웠던 건 과거 이별에 대처한 내 경험이었다. 내가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가족도 없이 혼자인데 잘 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이별은 달랐다. 이번에 나는 알고 있었다. 이별이라는 건 서로 남남이 되는 일이라는 걸. 그걸 충분히 숙고하고 감내할 준비가 됐을 때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


난 이별하기 전부터 이별했다. 1%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끈을 놓지 않았다. 가능성이 0%에 수렴했을 때 끈을 풀었다.


25살에 겪었던 첫 이별, 31살에 겪은 두 번째 이별. 난 이번에도 종종 울었지만 과거를 붙잡는 마음보다 미래를 기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가 지혜로워서 배웠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됐다. 경험이 스승이라서.


최근에 생에 첫 이별을 경험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생각하며 이 글을 적었다.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4:23)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렘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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