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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Aug 30. 2020

집에 살면 한 달에 100만원 굳잖아

대한민국 최고 겁쟁이의 독립썰 겁많은인간생존기ep.03

여러분 안녕하세요. 겁많은 권귤 다시 인사드립니다.


한주 잘 보내셨어요? 내일모레 9월이 시작되네요. 가을이면 아이유 ‘가을아침’ 노래가 생각나는데요, 아침에 쨍하고도 서늘한 공기가 다가올 생각 하니 괜히 설레는 거 있죠.


이번주 이야기는 ‘집을 구하다’예요. 돌아오는 토요일이면 ‘저 혼자 사는 집’으로 이사를 가요! 한국에서는 처음 맞는 ‘독립’입니다.


집을 구하자는 생각을 했던 건 취업을 하자마자였어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기청’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 인가, 그거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딱 취업을 했는데, 우리 회사가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거예요. 큰 회사의 자회사인데도 말이죠. 회사를 배경으로 대출을 받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했어요. 월세로 구할수밖에 없었죠.


저는 저 혼자 살면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도전해보는 게 지금 나이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유튜브 영상도 집에서 찍으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거의 속삭이듯이 촬영했어요. 최근 올라온 영상들은 다 집에서 눈치봐가면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독립할까말까 고민한 건 한 일주일 정도 되고요, 네이버 부동산을 들락날락한 것도 1주일 정도 됩니다. 그런데 집을 보러 다닌 건 딱 이틀. 이틀 안에 집을 정했어요. 짜잔!

Photo by JESSICA TICOZZELLI on Pexels.com


먼저는 오피스텔을 보러 다녔어요. 저는 ‘벌레’를 매우 무서워하는데요, 그나마 지어진 지 5년정도 된 오피스텔에는 벌레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조금 비싸도 오피스텔에 가보자 결심했죠. 갔는데… 갔는데… 정말 너무 좁은거예요. 제가 대학생 때 잠시 살았던 고시원보다 아주 약간 큰 정도? 그정도였죠. 들어갔는데 숨이 턱하고 막혀서 나왔습니다. 가격은 500/50.


아 안되겠다, 내일은 청결도는 떨어지더라도 원룸을 보러 가보자!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원룸을 보러 갔어요. 먼저 3층을 봤는데, 넓긴 넓었어요. 그런데 창문이 좀 작은 거예요! 저는 캐나다에서 살 때 창문이 작거나 북향이라 해를 못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아주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었죠. 그래서 다른 방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6층에 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마음에 들었습니다. 발코니가 있었고, 발코니와 연결되는 중문이 바로 창문이었습니다. 집은 처음에 본 오피스텔만한 크기였지만 창문이 크고 발코니가 있으니 좁아보이지 않았어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격은 500/40. 가격도 딱.


자, 여기서 바로 결정하면 겁쟁이가 아니죠. ㅎㅎ


걱정1: 어떻게든 땡겨낼 순 있겠지만, 돈이 빠듯하잖아


자.. 저의 소소한 현금 60%가 미국주식에 묶여있습니다. 그말인즉슨, 500만원 보증금을 낼 여유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월급을 두 번은 받아야 보증금을 낼 수 있었고, 거기다가 월세에 이사비에 중개수수료까지 목돈이 필요했습니다.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소한 예금장이 동생이었습니다.. 동생이 과연 빌려줄까. 은행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아야 하는 걸까. 주식을 팔아야 하는 걸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는 이사를 가지 않는 게 좋은 걸까. 고민했습니다.

Photo by Karolina Grabowska on Pexels.com


겁쟁이의 반론: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


일단 월급쟁이가 됐으면 월급이 따박따박 통장에 꽂히는 상황이고, 그 월급에서 월세랑 생활비는 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캐나다에서 살 때 월급의 1/3이 방값으로 나갈 땐 고민 없더니, 왜 지금은 안된다고 겁내는 걸까요? 일단 해보기로 했어요. 돈 없어지면 방 빼고 집에 와서 살면 되지요.


걱정2: 집에서 살면 한달에 100만원 굳잖아


경제적 여건을 따져보자면, 집에 살면 한 달에 100만원씩 굳습니다. 월세 걱정 없고, 생활비 걱정 없고, 따로 나가는 기타 비용도 없지요. 100만원씩 모으면 일 년에 1200만 원. 회사랑 집이랑 먼 거리도 아니고 버스로 40-50분 거리인데 정말 나가는 게 맞는 걸까. 고민했습니다.


겁쟁이의 반론: <월세때문에 부업을 생각한다>

최근 이슬아 작가의 영상을 봤어요. 이슬아 작가가 ‘일간 이슬아’라는 프로젝트를 생각해 낸 이유가 ‘월세’때문이었대요. 작가는 (정말 유명해지지 않는 이상) 돈을 잘 벌지 못하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죠. 이슬아 작가도 당시에는 그랬나봐요. 월세를 어떻게 하면 더 마음편하게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돈을 정기적으로 받고 매일 글을 독자들에게 발송하는 일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이걸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어요. 오엥? 나도 나를 조금 더 벼랑끝으로 내몰아볼까. 하고요. 열정때문에 ‘돈 벌 동기’를 찾든, ‘월세’ 때문에 돈 벌 궁리를 찾든, 돈 벌 생각을 한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월세때문이라면 더 똥줄이 타니까 목숨걸고 하지 않을까요?

Photo by Daria Shevtsova on Pexels.com


걱정3: 가족이랑 자주 못보잖아


가족에 대한 부채감이 항상 있어요. K-장녀 맞습니다. 캐나다에 갈 때도 가족때문에 고민했고, 돌아올 때도 가족 때문에 돌아왔습니다…


이사를 가려니 가족이랑 자주 못 보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내가 꼭 집에 있어야 할 때 내가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습니다.


겁쟁이의 반론: <나도 어른이고 가족도 어른이야>
어른의 행복은 누군가 책임져줄 수 있는 게 아니래요. 어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책임지려 했던 저를 반성했어요.

제가 계속 집에 사는 것도 문제예요. 어쩌면 가족의 성장을 방해하는 게 될 수 있거든요. 어른이 되면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고, 각자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데, (제가 가족을 – 가족이 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을 억지로라도 벗어던지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죠.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저 혼자 독립적인 어른이 되는 시기라고. 부모님은 ‘딸의 인생이 내 인생’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본인 개인의 인생을 찾아가는 시기로 삼을 거라고.


그렇게 전 계약을 했습니다.


혼자 사는것도 또,,;; 겁나지만, 씩씩하게 살아볼게요. 다음주 토요일 이사를 갑니다. 겁쟁이의 이사를 응원해주세요.


권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tangerine.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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