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귤 Oct 04. 2020

난생처음 설악산 대청봉에 오른 비법

첫 야간산행: 겁 많은 인간 생존기

여러분! 이번주에도 돌아왔습니다. 겁 많은 인간이 일주일 잘 살다 돌아왔다고요!


두 가지 일이 있었어요. 


일 번, 

설악산 꼭대기 대청봉에 다녀왔습니다. 그게 뭐가 대단하냐고요? 총 11시간에 걸쳐 등산을 했기 때문이죠. 8시 50분 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해 7시 40분에 내려왔습니다. 

등산 코스 5km, 하산 코스 10km. 마지막엔 깜깜한 밤이 되어 동생과 둘이 스마트폰 후레시 불빛에 의지하며 내려왔어요. 119 구급대 헬리콥터 불러야 하나 10분에 한 번씩 고민했어요.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끝이 나오겠지, 하며 축 늘어진 다리를 이끌고 내려왔습니다.


사실 2013년 11월쯤에, 그러니까 24살에, 대청봉에 오르려고 도전했던 적이 있었어요. 학교 전공숙제 중 하나가 ‘대청봉 오르기’ 였거든요. 그때 대청봉을 올랐다는 걸 인증샷을 찍어 교수님께 보여드리면 다른 과제에서 똥을 싸도 반드시 A는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땐 못올랐어요. 친구랑 둘이 오르는데 정말 체력이 달려 죽겠더군요. 그때부터 대청봉은 제게 남겨진 숙제처럼 여겨졌나봐요.


이번엔 자신감이 있었어요. 아마 2015년부터 쭉 해온 홈트, 조깅, 그룹PT, 필라테스가 자신감의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운동한 경력이 있지, 그때보다 훨씬 근육도 튼튼하고 지구력도 성장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아무리 힘들어도 죽지는 않어, 끝까지 간다 이번엔! 라는 생각으로 진짜 끝까지 갔어요.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끝이 나겠지>


이게 제가 그날 계속 생각한 문장이에요. 정상에 오를 때도, 정상에서 가파른 내리막 바위길을 걸을 때도(이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계속 생각했습니다. 더 컴컴해지기 전에 중턱 아래까지는 내려와야한다는 일념 하에 아픈 동생을 억지로 이끌고 걸음을 재촉할 때도 저 생각을 했어요.


저는 운전할 때도 저 생각을 해요. 속초까지 100km~ 이런 표지판을 볼 때,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속으로는 (와~ 언제 가냐)하고 한숨이 터져나와요. 지루하기도 하고 내가 거기까지 운전해서 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해요. 그런 의심이 들면 불안감이 커지고 운전에 집중이 흐트러집니다. 불안이 심해지면 안전을 위해 엄마랑 운전대를 바꿔요. 운전대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일 땐 의도적으로 되뇌입니다.


<1km 1km 가다보면 도착하겠지. 원래 하나가 모여서 전체가 되는 거니까> 그러면 무섭지 않아요.

이 번, 채용 메시지를 받음


채용 된다는 메시지는 아니었어요. 그냥 제게 관심이 있다. 한번 서로 이야기를 나눠 볼래? 라는 메시지였어요. 싱가폴에서 보낸 거였고, 한국 지사에서 마케팅 롤이 열렸다는 이야기였죠. 제 링크드인을 보고 연락했나봐요. 이 메시지가 두려웠던 이유는 

1) 싱가폴 사람이 영어로 메시지를 보낸 것 = 영어 인터뷰를 해야 함
2) 지금 매우 만족하고 다니는 직장 상태에 균열이 올 수 있다는 것

이었죠.


원래같았으면 저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절했을 테죠. 나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겁 나는 건 하지 말자! 지금 이 직장도 너무 좋으니까 여기 있자! 라고요. 그런데 이젠 제가 겁 많은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겁이 나는 일을 찾아 하다보면 더 즐거운 일이 일어난다는 걸 깨달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OK 이야기 나눠보자! 라고 답변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이런저런 일이 많고 바빠서, 그리고 이번주 월화수목도 회사에서 일하느라 바쁠 예정이라서, 목요일에 퇴근 하고 잡 오프닝 디스크립션을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할수있는 한 최선을 다해 인터뷰를 준비해서, 지금 이 직장 밖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탐험하고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시간으로 삼을 거예요.


그 직장에 가도 좋고, 안 가도 좋아요. 제 꿈은 직장이 아닌 ‘권귤’로 살아남는 것이거든요.


다음주,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결과를 기대해주세요. 그럼 이번주도 겁은 나지만 겁 나는 걸 일부러 선택하며 가슴뛰게 살아볼게요. -겁쟁이 올림


https://www.instagram.com/tangerine.soo/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팅에 긴장하지 않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