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3월 2일, 1학년 3반입니다!
코에 스치는 바람이 아직 매섭다. 울타리에 빙 둘러있는 키 작은 나무들은 처량하리만큼 앙상하다. 오늘은 2일, 유치원 선생님이 보고 싶은 아침이다.
"똑똑한 우리 수연이, 학교 가서도 잘할 수 있지요? 졸업 축하해 수연아" 지지난 주, 자그만 꽃다발을 들고 나는 3년간 몸담았던 유치원을 뒤로했다. 수연 어린이는 재능발표회마다 눈물을 꾹 삼켰다. 사람들 앞에 나서면 왜 이렇게 눈물이 차오르는지. 큰 찹쌀떡이 턱 걸린 듯 목구멍이 얼얼하곤 했다.
어린이가 더 큰 세상에 나왔다. 한 학년에 3반이 있는, 바닷가 동네 학교다.
운동장에 나란히 줄지어 섰다. 운동장 옆 어시장 비린내가 바람에 실려 건너온다.
교장선생님이 연회색 구령대 위에 올라왔다. 키가 엄마보다 큰 6학년 말총머리 언니도 올라와 뭔가를 한다. "뜉뛭뛭 그래서 똫뛧뛧. 축하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다. 내가 그렇게 멍청했나.
(엄마... 엄마 어디야)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여기서 나는 고아나 다름없다. 집이 코앞 14층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멍든 것 같이 얼얼하다.
"자~ 1학년 3반 어린이들!"
"네엡!"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1층 교실로 들어갈게요~ 잘 따라오세요"
"네~~"
신발주머니 손잡이를 꽉 잡아쥐었다. 1층 맨 끝에 있는 교실이 3반이란다. 건물 입구는 꿀꺽꿀꺽 아이들을 집어삼켰다. 이젠 내 차례였다.
엄마가 안 보인다.
엄마 손을 낚아챘다. 그렇게 내 '학교 체험' 첫날은 끝이 났다. 집은 신호등 건너 2분 거리였다. 집에 일찍 들어와서는 전화기를 쳐다봤다. 혹시 선생님이 집에 전화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그럼 뭐라고 얘기하지. 구토도 안 하고, 약도 먹은 건 없는데. 그냥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인데. 거짓말... 이었는데. 선생님이 내일 말 시키면 어떡하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입학은 두려웠다. 새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앞으로 나는 친구에게 마음을 열 수 있을지, 저 불안한 눈빛들과 내 수줍은 눈빛은 섞일 수 있을지.
내 의지가 제한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화장실 문제가 제일 컸다.
학교생활이 얼마나 즐거웠는지는 학교와 연을 끊고 한참 뒤에나 깨달을 수 있었다. 공부만 하려 했던 나는 지나치게 진지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생활은 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