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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Aug 15. 2016

내 남자와 싸울 때 '이 습관'은 반드시 버리겠다

엄마 닮은 딸래미

참고 또 참는다. 신경질적인 짜증이 '정당화'될 때까지 조금만 더 참는다.

지금이 절호의 타이밍이다. "꽥!!!!!!!" 소리 지른다.


남자는 하는 수 없이 꼬리를 내린다. 그리고 터덜터덜 여자 말에 따라 집을 나선다. 뭐라고 말을 해봤자, 좋을 건 없다. 여자 소리만 커진다.


남자는 가족 앞에서 자존심을 잃고, 사랑도 빛을 발해간다.

(아까 좋은 말로 귀띔해줬으면 좋았잖아...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이렇게 소리 지르면,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당하게 된단 말이야.


저기 봐 딸들도 아침부터 눈치 보고 앉아있고.


미안하지만, 내가 말하는 '귀띔'은 여자가 말하는 그것과는 달라. 내가 해줬으면 하는 걸 분명하게 말해줘.)


그렇게 가족은 휴일 아침부터 살얼음판을 걷는다. 부부 갈등은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어느 부부는 갈등 해결 의무를 아이들에게 슬쩍 부과하기도 한다. (일은 우리가 저질렀지만, 해결은 너네가 해라? 너네 엄마 아빠 없으면 못 살지 않느냐)



이 상황. 여자가 잘못했다, 남자가 잘못했다. 딱 떨어지는 답을 내릴 순 없다. 남자는 여자를 화나게 했고, 여자는 쉽게 풀 수 있는 상황을 부스럼을 일으켜 더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자가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아침 싸움은 피할 수 있었다. 여자는 남자가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일부러' 참았다. '내가 말하지 않고 조금 삐진 척하면 대충 알아듣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싸움으로 가는 지름길에 들어섰다. (20년 넘게 같이 살면서, 이런 일들을 수없이 겪었다. 오늘은 믿어봤다. 그런데 역시다. 그리고, 이 상황에 내가 변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 남자는 에릭남이 아니다. 여자들이 원하는 걸 척하면 척 맞추지 못한다. 에릭남은 '여자 마음 맞추기' 계에서 상위 0.000000001% 안에 드는 수재다. (에릭남도 틀릴 때가 많겠지, 사실은?) 그리고 에릭남은 전 세계 한 명이다.


남자는 여자와 사고 체계가 다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여자는 미묘한 분위기를 파악해 균형이 뒤틀린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남자는 대체로 잘 모른다. 누가 '귀에 대고 이야기해줄 때까지'.


남자에게는 '말'이 필요하다. 원하는 게 있다면 기다리지 말고 이야기를 하자.


여자는 그게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자가 나를 사랑하면, 가족을 사랑하면, 당연히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남자는 안타깝게도 에릭남이 아니다. 드라마에 수없이 나오는 매너남들은 '여자 로망'을 깊게 파고든 계산의 산물이다. 현실은 거칠다.


이 싸움 습관, 지난 연애 내내 고질적으로 겪은 문제였다. 연애가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이 싸움이 우리 관계를 망친 원인이라는 걸. 그리고 이 모습은 '엄마를 똑같이 빼다박았다는 걸'


깨달음 이후 남자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이 글을 불편하다 여길 분들도 있긴 하겠다.


내 결론은 이렇다.

현명한 여인이 되겠다. 이 습관, 내 딸에게는 절대 물려주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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