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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Feb 28. 2016

장거리 비행에 '수면유도제' 먹었더니

절대 마약 이야기가 아니다



비행기에서도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한 선배가 추천한 묘약, 수면유도제다.

집 앞 약국에서 3000원에 손에 넣었다. 가방에 단디 챙겼다.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21일 비행기에 오르며 하나 꿀꺽.


잘 모르겠다.  온몸이 무거워지고 나른해지는 것 같긴 하다.

그게 비행기라 그런지, 약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나는 자다깨다자다깨다 하면서 끊임없이 잠을 청했다.

일하러 가는 길, 바짝 긴장해 그런지 잠은 잘 안 온다.



21일 밤 시차적응을 위해 하나 더 꿀 꺼억

나른한 효과조차 없다.

이건 뭐지, 속았나.

어쨌든 잠은 잤다.



26일 귀국 비행기 마지막 콜칵


잔다. 먹는다. 잔다. 먹는다. 잔다. 환승한다. 잔다. 존다. 먹는다. 잔다. 일어난다. 한국이다.


송림동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계셨다. 친구랑 지나가던 나는 으레 인사를 드리고는 돌아섰다. 잠시 멈칫했던 마음 때문에 목이 메었다. 집에 돌아가며 꺼이꺼이 울었다.

(출국 전 할머니께 전화를 못 드렸다는 사정...)


첫 '짝'사랑 그대를 만났다. 우리는 같은 학교였다. 7여 년 만에 그를 보게 됐다는 사실에 다시 두근거렸다. 따뜻한 시선을 교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짝'으로 남았다.

(26일, 한 친구가 카톡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친구 도롱이가 소개팅을 해 남자를 만나게 됐다고 한다. 익숙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았다.

(친구 은비가 최근 카톡으로 내게 했던 말...)


그 외에도 다양한 즐거운 만남이 있었다. 늘 그래 왔듯 행복했다. 꿈에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 생각을 흩트려놨다


방금 친구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 마음의 짐, 꺼풀을 벗겨내면 항상 드러나는 고민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꿈을 만들었다.

끝이 없었다. 계속 이어졌다. 5초만 정신을 놓아도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어쩌면 그걸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끝도 없이 펼쳐진 소설책 같았다.


덜컥 겁이 난다. 2015년 겨울 울지 않기 위해 먹었던 '비닐봉지 약'이 떠오른다.

한 달에 한 번쯤 생각나는 위안제다. 왼쪽 서랍을 열면 여전히 거기에 있다.




이건

절대 마약 이야기가 아니다.

수면 유도제, 우울증 처방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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