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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Oct 07. 2017

토론토가 서울 강남 같은 4가지 이유

날씨마저 비슷하다

"야 너 토론토 가면 한국 같을걸? 거기말야 서울 강남. 강남대로쯤."


토론토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려워하는 동생을 위로하려는 말이기도 했지만 80%는 진심이었다.


2012년 가을 토론토에 처음 발을 들였고, 2017년 가을 다시 토론토에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토론토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10,000km 떨어진, 얼굴색도 인종도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도시가 어떻게 서울이랑 비슷하냐고? 아니 정확히는 강남이랑.

3. 잘 생각해보세요.
2. 보이시나요?
1. 이젠 봐야합니다!!


1. 당신에겐 뭐가 눈에 띄었을까?


그렇다. 외벽이 유리로 된 고층건물. 저기 여의도에 지어진 ifc타워나 전령견회관, 서울 비싼 땅에 속속들이 올라오는 값나가는 오피스텔 건물이 이곳에도 지어지고 있다.


토론토는 원래 아래 사진처럼 빨간 벽돌로 지어진 낮은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였다. 그런데 이런 건물들은 보통 텅텅 비어있거나,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핫'한 동네인 영 스트리트 마저도.

벽돌건물 예쁘지 않나요?
4층까지는 벽돌건물

물론 이 정체성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4층까지는 벽돌 외벽을 유지한 건물도 있다. 하지만 소수일 뿐. 토론토는 미국, 뉴욕시티 부흥기에 '뉴욕스러운' 영향을 받은 '토론토스러움'을 잃어버리는 중이다. 이 도시의 목표는 일개 대도시 중 하나로 발돋움하기?!?


"돈이 있으면 여기 오피스텔이라도 하나 사놓으면 좋아요. 요즘 부동산이 뜨고 있거든요."

동생이 어학원에서 캐나다 원어민에게 들은 소리라고 한다. 그래. 돈이 있으면 (ㅋㅋ) 강남처럼 집이나 하나 사놓자.













2. "아 C!!!!!! 바람!!!"


토론토에 도착하던 밤,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 맞다. 여긴 바람이 세차게 부는 도시였다. 가방에 있던 머플러, 모자, 구스다운 이너 점퍼를 주섬주섬 꺼냈다.

혼자 겨울임. 추위 많이 타는 인간형

토론토 다운타운은 고층건물이 즐비하다 보니, 건물들 사이로 빌딩풍이 분다. 자칫 준비하지 않고 왔다가는 감기에 토다닥 걸려버릴 수 있다.

빌딩풍은 고층빌딩 사이에 일어나는 풍해(風害)이다. 지상 150미터 이상의 빌딩이 건립되면 상공에서는 바람이 일정 방향으로 불어도 아래쪽에서는 바람이 빌딩의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급강하하거나 풍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무풍(無風) 상태가 된다.


또 옆동네 미국 버펄로랑 느낌이 다른 게 햇빛이다. 빛이 잘 들 때는 들지만, 대체로 우중충하다. 날씨 탓도 있지만 해를 심각하게 가려버리는 고층빌딩이 '우중충'의 주범이다. 하늘은 보통 예쁘거든.


이 모든 게 강남(서울)의 겨울 날씨랑 비슷하다. 구름 끼고 바람 불고 추운 날씨. 빌딩 사이로 추운 바람이 한층 배가되는 날씨. 게다가 그다지 볼 게 없는 축축한 도시 배경까지 한몫한다.

2017년 가을
2012년 가을에도 이랬다


3.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아직도 난 걸어가고 이 있네~'- GOD 노래 '길'


길을 걷다 보면 알 수 있다. 토론토(다운타운) 사람들에게는 웃음기보다는 생존에 대한 열망이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 건너와 어떻게든 '정착'해 보겠다는 워킹홀리데이 외국인들이다.(나도 같은 부류ㅋ)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팀홀튼, 스타벅스 파트타임 잡, 함께 살지 못해 그리운 가족들, 비자가 만료되면 어떻게 삶을 이어가야 하나 하는 걱정들이 이들 눈 속에서 보인다. 영어도 아직 편하지 못해 겨우 먹고살 만큼만 하고, 영어를 못하니 현지인 친구들은 마음 놓고 사귈 수 없다. 돈은 항상 부족하다.

크레페 집에서 만난 중국인

어딜 가나 워킹홀리데이 외국인이 보인다. 옷가게, 커피숍, 음식점 등,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스타벅스마저도 한국인 2명이 알바 중이다. 어딜 가나 그렇지만 특히나 중국인이 많은데, 직원 중 중국인이 하도 많다 보니, 그들은 영어를 못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더라..(ㅋㅋㅋ)


외국인이라면, 이 곳도 아무리 캐나다라고 해도 날카로운 경쟁 속에 살아야 하는 사회다. 외국인이 특히나 많은 이 토론토에서는 경쟁적인 사회가 눈에 선히 보인다. 각박한 서울이나 여기나, 똑같다.(필요한 건 당신이 대체 불가한 ✩스타✩가 되는 것!)

찌아요! 난 이만 갈게.


4. 넌 힙하고 난 힙찔이 ㅋㅎㅋㅎ


사고 싶었다. 그런데 난 개털월급

내가 안 좋은 점만 쓸 줄 알았지? 당연히 좋은 점도 있지. 강남 어디서나 뿜뿜대는 '힙'이 여기서도 뿜뿜한다. 그런 거 알지? 합정이나 이태원, 상수동 같은 거 말고 약간 '정제된' 힙.


서점에 가면 Reading Socks라고 책 읽을 때 발꼬락 춥지 말라고 특별히 만들어진 반양말을 팔고,

















한때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착즙주스 가게도 있다. 한 병에 거의 10,000원 꼴. 가게 인테리어도 한국이랑 완전 똑.같.다.

여기가 토론토인지 한국인지

결국 한국 국가대표 힙찔이 ㄱㅅㅇ은 엄청난 독서광을 자처하며 이런 티컵을 샀다. 차가운 한국 바람을 맞으며 warm tea & good book set를 누릴 테다.

엄마한테 혼날 각. 부엌에 놓을 곳 없다고...(컵덕질 5년차)


이 글은 토론토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이 145% 반영돼 있을 수 있겠다. 만약 토론토에 진짜 강남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 글을 꼬집고 싶다면, 직접 비행기 표를 끊어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11시간이면 직항으로 오거든. 돈 없으면 나처럼 두 번 갈아타 26시간 걸려서 오면 된다(주륵).


난 토론토를 사랑한다. 난 하루라도 시간을 보냈던 도시들은 대체로 사랑하는 편이다. 그리고 또 그리워하고, 언젠가 또 가게 되는 인생은 뫼비우스의 띠.


안녕하세요! 리얼 프리랜서 에디터가 꿈인 ㄱㅅㅇ입니다.

지금은 안 ㄹㅇ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지만요. ㅎㅎ

브런치에서 만나 정말 반가웠어요. 있잖아요~ 여기 오면 어이없는 사진이 많아요. 구경오세요! Kukyung >>ㄱㅅㅇ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및 모든 문의: kwonsu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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