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보고 들려주는 워홀 관찰기: 팁이 7불이래
언니;;;ㅋㅋ 이것 봐 봐. 팁 받았어. 7불!
아무리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시급이 한국보다 훨씬 높기에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딱히 돈 쓸 데가 없어서 버는 돈은 족족 통장에 알차게 쌓인다고 했다.
실제로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캐나다에 건너가 영주권을 기다리고 있는 중학교 친구가 해준 말이다.
"우리 오빠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1년 워홀 했는데, 돈 모아서 미국 일주하고 왔어. 스타벅스 하고 옷가게에서 일했어, 오빠는."
관심 있어 찾아본 워홀 후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주에서 1년 워홀을 하고 돌아오는 입국장, 친구들은 그를 환영하며 "청년갑부 ㅇㅇㅇ 한국 상륙"이라는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내심 기대했다. 이제 동생이 캐나다 가서 일 시작하면, 나보다 많이 벌겠지? 토론토에 가면 동생에게 대접받을 거야. 살다 살다 동생에게 효도를 당하게 되다니, 이거 눈물이 주륵 나는구먼~
역시 린생은 항상 날 배신한다. 팁은 이정도고, 월급은 고정도다.
동생은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일자리를 구하려 백방 뛰어다녔다. 영어는? 어찌어찌 변명하려 해도 못하는 수준이었다. 토익 점수도 없는... 수준.
"영어 할 줄 알아요?"
"아니 못해요."
"못해요?"
"못해요."
"영어 못해요?"
"아니, 못해요 그냥."
영어 못해도 일자리는 구할 수 있었다. 한국인 아래에서 일하는 알바자리는(한국식당)는 항상 있었다. 동생은 일단 한 고깃집에서 며칠 일을 해봤다.
돈은 많이 받았다. 수습(트레이닝) 기간에 7시간(저녁 6시~새벽 1시) 일 하니 55불(48,000원)을 손에 쥐었다. 수습기간 끝나면 시간당 8불(7,000원)에 팁까지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 110불(96,000원)은 벌 수 있었다.
그런데 근무 시간이 헬이었다. 일이 끝나는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다. 차도 없는 동생이 그 시간에 교외의(당시 다운타운에서 40분 거리 핀치역 근처에 살았음.) 셋방에 돌아오는 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에 훤히 보였다. 위험했다. 동생도 고기 냄새 빽빽한 한국식당에서 하루 종일 반찬 나르고 상 닦는 일을 무의미하게 느꼈다.
결국 사나흘 하다가 그만뒀다. 캐나다까지 와서 한국인 사이에서 일할 수 없었다.
영어가 문제라고 느낀 동생은, 어학원 6주 코스를 다녔다. 그리고 다시 여기저기에 지원했다.
외국인에 둘러싸여 영어를 배우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자기소개서, 이력서를 뽑아 다운타운을 휘젓고 돌아다녔다. 'Hiring'만 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 이력서를 던졌다. (일자리를 구한 지금도 가게 앞에 'Hiring' 표시만 보면 즉각적인 동공반사를 일으킬 정도다.)
그래서 처음 얻은 일자리가 바로 이 버블티 집. CoCo's Cafe.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처음으로 외국인과 해보는 일이기에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 수습으로 일한 뒤,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안녕, 나 코코 매니저야. 수습기간 보니 넌 여기서 일할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내일부터 안 와도 돼. 미안."
거절당하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동생에게는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래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캐나다 워홀러들이 한국에 돌아오면 미치도록 그리워한다는 카페, 미국 뉴욕주 북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도넛 집, 캐나다 대표 도넛 프랜차이즈 팀 홀튼이다.
짤린 기억 때문에, 동생은 여기서 바짝 긴장하며 일한다. "언니 난 맨날 하루살이 인생이야~" 토론토 다운타운 팀 홀튼에 하루살이 'Joy'가 침투한 지 벌써 3달이 넘었다. 피부가 누런 한국제 하루살이는 여기서 커피를 내리고, 샌드위치를 말고, 주문을 받으며 일주일을 뚠뚠하게 보낸다.
10월 초, 토론토에 놀러 갔을 때 때맞춰 동생이 월급 수표를 받았다. 엄밀히 따지자면 월급은 아니고 2주분 급여다. 동생은 팀 홀튼에서 2주마다 알바비를 받는다.
다운타운 한 멋들어진 카페에서 꾸덕한 쿠키와 뜨끈한 커피를 시켜두고 수표를 확인했다. 2주 동안 열심히 일한 본인에게 내리는 보상이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떨리는 순간
678.56 캐나다 달러(59만 2000원)
2주에 59만 원이면, 4주에는 대충 120만 원. 한 달을 4.5주로 해서 따져보면 132만 원을 버는 수준이다.
동생이 일하는 시간은 하루에 7시간 정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고 주말은 쉰다. 하루에 7시간, 일주일에 5일 일하면 한 달에 132만 원을 손에 쥔다.
동생의 한 달 자금 흐름을 심층 분석해 봤다.
월급 132만 원에서
- 집세로 나가는 돈 46만 원
- 대중교통 한 달 정액제 12만 7천 원
= 쓸 수 있는 돈 73만 3천 원 (여기엔 식비, 핸드폰비, 유흥비, 생필품비 모두 합쳐서다.)
어이쿠 한 달 팁 7불(6,100원)을 빼놓을 뻔 했네. 한 달 수입은 132만 6100원으로 수정한다.
갑부 된다며? 개츠비 된다며?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동생에겐 먼 나라 일이다. 캐나다에서 사는 친구가 그랬다. 저기 외딴 지역 호텔 침대 정리하거나, 귀여운(?) 위니더 푸가 출몰하는 시커먼 숲에서 텐트 치고 숙박하면서 나무 심는 일을 하면 돈을 뭉텅이로 쥘 수 있다고.
대도시를 경험하고픈 내 동생은 이 정도 쥐꼬리를 붙잡고 오늘도 하루살이 문턱을 넘는다. 동생은 가끔 맛있는 걸 먹는다며 이런 사진을 보낸다.
김치 프라이즈
맥도널드 커피와 크레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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