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까지
20년 전, (... ㅠㅠ)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겨울만 되면 이런 연통이 들어왔다.
석유난로였다. 난로 옆에 울타리를 쳤고, 난로를 피해 책상을 배치했다. 난로 바로 뒤 책상에 앉은 친구는 칠판이 보이지 않기도 했다. 게다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기까지 했지.
지금은 어떻게 이런 난로가 어린이 초등학교 교실에 있었나 하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아홉 살 인생. 학교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거대한 로봇 같은 연통이 교실 한복판을 차지하는 겨울은 그저 재밌기만 했다.
그렇고 그런 날들이 계속되던 날, 사건이 찾아왔다. 그 날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똑똑히 기억난다.
2교시 수업시간이었다. 분명 육중한 어떤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내가 살던 인천 동네는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트럭들이 오가는 곳이라서 이런 일이 허다했다.
그런데도 뭔가 이상했나 보다. 선생님은 커튼을 열고 밖을 주시했다. 아홉 살이던 나는 그런 선생님을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네이버도 몰랐지 그땐. 알아볼 데가 없었다. 그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자 수업하자~"
그날 저녁, 가족들과 청국장을 뒤적이다 이런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인천 송도에서 미사일이 잘못 발사돼 매립지에 떨어졌다는 뉴스였다. 굉음은 물론, 미사일에서 떨어진 파편이 송도 일대를 덮쳤다고 했다.
아무 영문을 몰랐던 시민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어야 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파편들을 피해 뛰어다니고, 지하로 피신했다.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학교에서 들은 그 굉음이 바로 ‘미사일 오발’ 소리였던 것이다. 어린이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고, 이 사건은 오랫동안 어린이 뇌리에 남았다.
20년이 지나도 그 소리만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이 일 뿐이었을까.
2010년이었다. 당시 만나던 전 남자 친구는 군 복무 중이었다. 스물 한살이면 딱 군대에 있을 나이.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쉬려고 했는데, 문자가 왔다.
사실이었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인천의 한 섬의 광경은 공포스러웠다. 시커먼 폭탄 연기가 섬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방이 바다로 막힌 '섬'에 사는 주민들은 그저 대피소에 들어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당시 집에서 나와 서울에 살던 나도 두려웠다. 이대로 가족과 떨어진 채로 삶을 마감할 수도 있는 처지였다. 남자 친구도 보고 싶었다. 갑자기 전쟁이 난다면, 남자 친구는 저기 총알받이로 나갈 테고, 나는 평생을 슬픔 안에 살 것 같았다.
남자 친구에게 계속 연락했다.(사실 상근이라 부대 안에 들어간 보통 군인과는 달랐다;;서울시내 동사무소에서 스마트폰 손에 들고 근무함)
ㄱ: 전쟁 나?
ㄴ: 안 나.
ㄱ: 전쟁 나면 어떡해?
ㄴ: 안 나.
이런 끔찍한 생각까지 들었다. 20대 여자인 나는 전쟁이 나면 '성 노리개'로 전락해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전쟁은 인간의 추악한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거니까.
이런 비슷한 일은 계속 일어났다. 미국 교환학생 가서도 "한국 미사일 위협" "전쟁 나나?" 이런 CNN 뉴스를 끝없이 접해야 했다.
가끔 미국 애들이 물었다. "정말 전쟁 나?"
동생이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갈 때도 나는 이 이유로 부러워했다.
"와 너 이제 전쟁 걱정 안 해도 되네? 우리는 다 죽어도 너는 남겠네?"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여행 가면 무섭고 불편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여기서는 전쟁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점.
잠결에 가끔 밖에서 "쾅!!!!"소리가 나면 벌떡 잠에서 깬다. 전쟁 같아서. 불꽃놀이 소리에도 덜컥 겁부터 난다.
여자고, 국방의 의무도 지지 않았으니 '전쟁'을 언급하는 자체가 조심스럽다. 그런데 나 같은 생각에 두려워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며 감히 이 글을 남긴다.
전쟁의 두려움 없는 나라, 그런 나라에 살고 싶다.
*ㄱㅅ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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