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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집가 Nov 17. 2023

2주 차,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욕심이 준건 기분 탓일까

두 번째 주, 큰 성공은 아니지만 조금씩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느껴져 뿌듯하다.





도파민 디톡스를 시작하고 보름 동안은 인스타그램과의 전쟁이었다. 나는 원래 하루에 한 시간 반, 두 시간쯤 인스타그램을 했다. 헤비 업로더도 아니고 남들의 이야기가 그리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손이 머쓱할 때면 습관처럼 들여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신상 카페와 (집순이라 밖에 잘 나가진 않는다), 연예인들의 가십(청조 가고 의조오고)을 속속들이 잘 알았다. 


하지만 도파민 디톡스를 결정하고 난 뒤 가장 먼저 끊어야 할 건 인스타그램이었다. 피드엔 타인의 하이라이트 뿐이고, 돋보기엔 모르고 지내도 충분할 쓸데없는 이야기들. 재미는 있지만 유익하진 않은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야 했다.


어플을 삭제하고 나서 느낀 건 해방감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엄청난 감정 소모를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보이는 게 없다 보니, 갖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지난주엔 생일인 친구한테 준 선물을 제외하곤 지출이 없었다. 인플루언서의 반찬통, 화장품, 명란젓 공구가 보이지 않으니 필요하지도 않은 기분이었다.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자꾸 예쁘게 찍은 사진들을 보며 따라 사고 싶었던 것임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또 남들의 일상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출근룩을 보지 않으니 어떻게 입어야 할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대충 꺼내져 있는 옷을 돌려 입었는데 이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마치 스티브잡스가 검은색 상의에 청바지만 입으며 매일의 고민을 줄여나간 것처럼, 나도 아침의 큰 고민을 던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으니 온갖 잡음이 없어졌다. 그냥 나에게 충실할 수 있었던 한 주였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렇게만 유지되면 좋았을 텐데 이번 주의 실패 요인은 지오디였다. 수십 년 동안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와서 다시 덕질이 시작되었다. 유튜브에서 온갖 영상을 찾아보고, 또 보고, 보다 잠들고...

그리고 다음날엔 윤계상이 나온 드라마 몰아보기까지. 도파민에 절여져 있었지만, 한 주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감정이라 믿는다. 나는 좋아하는 것도 빠르고 식는 것도 빠른 사람이니.  이번주의 도파민(지오디)은 짜릿했지만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후회는 없다.

잊지 못할 지오디 콘서트


다음 주부터 다시 잘해봐야지.


다음 주에는 유튜브를 줄이던가, 삭제하던가 해봐야겠다.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어플을 하나씩 지우고 나면 결국 뭐가 남게 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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