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대신, 책 읽기
도파민 디톡스를 결심하고, 첫 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내게 시작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과는 늘 실패였다. 시작을 하긴 쉬웠으나 끝내기는 더 어려웠다. 하루 이틀 하다가 예전처럼 다시 인스타그램을 깔고, 영상의 홍수에 휩쓸리곤 했다. 망했다는 생각이 들면 이윽고 아예 포기해 버리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 되니까 도파민 디톡스를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설치했다.
첫째, 늘 들어가는 인스타그램의 계정 세 개 중 두 개의 비밀번호를 남편에게 바꿔달라고 했다. 남은 하나는 서점을 팔로우해 놔서 시장 동향 조사 목적으로 남겨두었다. (나는 언젠가는 서점 주인이 될 것이다!!) 아예 없으면 슬그머니 다시 깔고, 여정 자체를 포기해 버릴까 겁났다.
둘째, 절대 무한 스크롤의 늪에 빠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인스타그램도 내가 고른 게시물만 보고 유튜브도 내가 고른 영상만 보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습관처럼 들어가던 네이버와 다음 카페의 인기글을 끊기로 했다. 이 인기글은 한 시간마다 갱신되어 계속해서 새로운 뉴스가 나온다. 하지만 이 뉴스를 한두 시간 놓친다고 해서 딱히 세상의 무언가를 모르고 지나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절대 포기하지 말기. 전 주보다 더 긴 스크린타임을 마주해도, 나도 몰래 다시 인스타그램을 다운로드하게 되더라도, 잠깐의 실패일 뿐 다시 시작하기.
누워서 각종 도파민에 취해 지쳐 잠든 나였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침대에 휴대폰을 들고 가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이는 끝까지 지켜지진 않았다. 전자책을 읽어야지 하고 슬그머니 들고 오는 나였다.
자기 전에라도 도파민을 줄여보고자 되도록 휴대폰을 들고 잠들지 않으려고 했다. 자연스레 책으로 손이 많이 갔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라는 책을 마침 읽었는데, 도파민뿐만 아니라 밀가루와 설탕 등도 우리 뇌를 많이 망가뜨린다고 했다. 내친김에 밀가루와 설탕도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도파민 디톡스와 함께 할 것들이 늘어난 기분이었다. 너무 많은 목표에 힘들었던 나는 다시 슬그머니 유튜브를 스크롤링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양심상 쇼츠나 클립보다는 자기개발/ 부동산 관련 영상을 보았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중독이기 때문에 줄여나갈 필요를 느꼈다.
월요일, 화요일 집에서는 유혹이 덜했는데 회사에서는 쉽지 않았다. 늘 스몸비(스마트폰 좀비)처럼 어디 이동할 때면 휴대폰만 보던 사람이라 갑자기 텅 빈 시간이 생긴 느낌이었다.
처음에 세운 결심과 원칙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다. 혼자만의 합리화를 해가며 하나 남은 서점 계정에 들어가 알고리즘을 최적화시켰다. 원래 서점 계정은 재미없어서 잘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돋보기를 누르면 내가 좋아하는 피드들이 계속 나왔다.
첫 주는 망했다. 시작은 시작일 뿐 반은 아니었다. 그래도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듯 다음 주는 더 나아지겠지.
이번주의 팁
디톡스 즉 단식이 필요하다. 조금씩 먹다 보면 또 정신 놓고 빠지게 된다. 물 샐 구멍이 보이면 그때그때 견고하게 막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