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디톡스가 한 달이 지났다. 아직 완전히 끊은 건 아니지만 하루 평균 20분의 스크린타임이 줄어들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가량 새로 얻은 셈이다. 쾌락이 빠져나간 자리엔 뭐가 남았을까?
먼저 디톡스 전과 비교해 책 읽는 시간이 늘었다. 10월에는 7권의 책을 읽었는데 11월에는 21권의 책을 읽었다. 분량도 주제도 다른 책들이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인스타그램 대신 책이 자리 잡았다고 봐도 될 정도의 수치다.
두 번째로 글쓰기 시간도 늘었다.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곤 했는데, 읽는 책이 많아지다 보니 저절로 쓸 글도 많아졌다. 다음 달부터는 인풋이 있어야 쓰는 글(서평)이 아닌 내 글을 써보고 싶어 한 달 글쓰기 챌린지도 신청해 두었다.
마지막으로 사고 싶은 게 정말 없어졌다. 나는 늘 마음 한편에 '살 것'이 정해진 사람이었다. 옷과 신발은 물론이고 그릇, 조리도구, 식물까지 장르도 없이 원하는 건 왜 이리도 많았던지. '야금야금' 쇼핑이 없어진 11월을 겪고 나니 내가 무심코 지난 광고가, 얼핏 본 인테리어 사진이 나의 뇌에 끝없이 위시리스트를 주입시켰음을 깨닫게 되었다.
중독의 시간을 채운 것들이 너무나 건전하고 건강하다. 마라탕, 곱창, 부대찌개에 절여진 위에게 미안해 채식으로 조금이나마 회개한 느낌.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마음의 평정심을 찾고 난 뒤에는 몸의 편안함도 찾아 떠나야겠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이자 나에게 도파민 디톡스를 결심하게 한 칩 히스는 한 달 동안 인터넷도 없고 전화도 끊은 채 어디론가 떠났다고 했다. 나는 훌쩍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일상에서 하루하루 시도해 보는 중이다. 아직까진 성공적이지만 여전히 유튜브로 윤계상 직캠도 보고 싶고, 생각 없이 아기 있는 집의 브이로그도 보고 싶다. 유튜브를 없애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잘 쓰면 좋은 도구이기에 아직 남겨놨다.
뭐든 내가 쓰기 나름이다. 인스타그램으로 퍼스널 브랜딩 하는 사람도 있고, 공구를 하며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렇게 쓰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지울 수밖에 없었다. 나의 상황에 맞는 유연한 원칙들을 세우며 이 여정이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