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다이어트를 성공해 본 적 없는 나는 도파민 디톡스도 분명 요요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왔다. 지난주만 해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벗어난 자리를 책이 채웠다고 자만했는데, 이번주는 게임과 덕질로 눈이 침침할 때까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지난 주말 만난 친구와 귀농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농사의 기대감을 말했던 게 화근이었다. 내년 봄에는 주말농장을 하며 직접 농사를 지어볼 거라 했다. 당장 시작하고 싶지만 겨울이라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친구는 양파게임 어플을 알려주며, 성공해서 받은 실물 양파를 자랑했다. 비록 휴대폰이지만 확실한 수확의 기쁨이었다. 양파게임은 사과를 뭉쳐 바나나를, 바나나를 뭉쳐 배를, 배를 뭉쳐 포도를, 포도를 뭉쳐 파인애플을, 파인애플을 뭉쳐 복숭아를, 복숭아를 뭉쳐 결국 양파를 만드는 게임이다. 같은 모양끼리 뭉치면 된다는 게임의 규칙은 너무나 단순했고, 한 판 한판하며 포도에서 파인애플로, 복숭아로 점점 실력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였다. 수확의 기쁨을 화면을 통해 느꼈다.
나는 승부욕이 강해 웬만한 경쟁상황에 스스로를 노출시키지 않는 편인데(졌을 때의 스트레스에 괴로워하는 편이다), 이 게임에는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스르륵 스며들어버렸다.
출근길에 시작한 게임이 업무 시간에도 계속 생각나 화장실에서 몰래 하게 됐고 퇴근길은 물론 저녁식사 시간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자기 전까지 계속 한판만 더해보자 라는 생각에 결국 10시간을 채웠다.
스크린타임에 찍힌 10시간을 보며, 말 그대로 '현타'를 느꼈다. 그리고 당장 삭제해 버렸다. 중독을 경계하며 한 달을 지냈는데 너무나 허무했다. 그리고 '에라이 모르겠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주는 망했다는 생각과 망한 김에 아예 망해버리지 하는 생각이 합쳐져 시너지를 냈다.
게임은 지웠지만 짜릿한 중독의 맛을 다시 느낀 터라, 한 주 동안 유튜브로 <god의 육아일기>를 전부 보고, 콘서트 영상과 각종 인터뷰를 찾아보며 덕질을 이어나갔다.
젊고 탱탱한 오빠들을 보는 게, 귀여운 재민이를 보는 게 짜릿했다. 25년 치의 덕질을 몰아하다 보니 볼 건 많고 봐도 봐도 줄지 않는 기분에 행복했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릴 시간이 다가올수록 "뭘 써야 하지, 실패한 걸 쓸 순 없는데" 하며 불편한 감정이 솟구쳤다. 하지만 속일 수도 없는 노릇. 그냥 짜릿한 한 주를 보냈고 다음 주는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고 결론 내리기로 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 지치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일탈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한 주였다. 아예 포기하지 않는 지속성이 결국엔 이기는 날이 오겠지.
[덕질은 허무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생활에 즐거움을 주는데 끊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