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보통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열심히 살 다짐을 한다. 나는 이보다 한 달 빠른, 혹은 11개월 늦은 12월 1일에 한다. 한해를 이렇게 마무리 지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올해 몸에 적응시켜야 내년에도 잘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시너지를 내 12월은 내게 한 해중 가장 바쁜 해다.
이 날 나는 두 가지 계획을 새로 세웠다. 하나는 달리기, 다른 하나는 글쓰기다. 달리고 쓰는 루틴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관심 없던 분야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대단하네~" 하고 남일로 넘어갔던 것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내 안에 슬그머니 자리 잡았다.
올해 정문정 작가님의 에세이 수업을 우연히 듣고 난 뒤 내 이야기 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수업에서 만난 글쓰기 동료들과 한 달에 한 번 에세이를 써내고 합평하는 시간이 내겐 한 달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근데 주기가 너무 길다 보니 혼자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방에서 하는 10만 원짜리 챌린지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분량의 제한은 없지만 매일 1000자씩 쓰려는 노력 중인데, 생각보다 술술 나와 즐겁게 하고 있다.
달리기는 런데이라는 어플을 통해 8주 과정을 훈련 중이다. 이 과정의 최종 목표는 30분을 연달아 달리는 건데, 3분도 못 달리는 내게는 아직 먼 일로 느껴진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었고, 찬 바람맞으며 강변을, 호수를 달리는 맛을 알아버려 5일 중 3일은 꾸준히 달리고 있다. 연속 달리기를 1분에서 시작해 2분까지 늘렸으니,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유난히 바쁜 12월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덕질이 줄었다. 사실 god의 육아일기를 보고 연달아 같이 걸을까까지 봐버리고 나니, 20년의 세월이 정통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 내가 뭐 하고 있지?라는 현타까지 왔다. 덕질은 여전히 즐겁지만 과거의 영상을 찾아보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을 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읽고, 걷고, 경험하려고 한다. 한때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도 인풋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속도로 읽거나 보지 않는 영상과 이미지는 그냥 인스턴트 인풋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봐도 즉각적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 이런 것들이 유독 피곤하게 느껴진 지난주였다.
그래서 유튜브 보다 재밌는 게 뭐냐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다. 무지막지하게 들어오는 세상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가 아닌, 내 머릿속에서 끌어올린 내 갈망의 이유 갈증의 원인들. 인생의 선택 앞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생에는 나 하나 제대로 알고 가자는 목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