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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Sep 11. 2022

정신과 일반병동의 첫 번째 이야기

첫 정신과 입원 그리고

기온이 일도씩 내려가면 기분도 한 단계씩 떨어졌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왜 약을 다 털어 넣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약을 많이 먹어서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만 그날 일기엔 약을 먹었을 때 예전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꿈에 나왔다고 적혀있었다. 늘 쓰시던 의자와 쿠션도 나왔고, 객관적인 말투로 내 생각을 물어보는 장면이었다.     


약을 오남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약을 하나하나 세어가며 2주분의 약을 한꺼번에 먹었던 경험이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정신없이 약을 입에 털어 넣는 건 아니었다. 약을 한꺼번에 먹으면 그 시간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가 나를 안아주는 것처럼 편안해졌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원을 권유하셨다. 정신건강의학과 입구에서 엉엉 울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생각나는 것은 그저 엄마뿐이었다. 옆에서 누군가 왜 우냐고 물어봐서 저 입원하래요, 라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사람은 잠을 못 자서 정신과에 왔다고, 힘내라고 했던 것 같다.      


필요한 것들을 기숙사에서 챙겨 병원에 입원 수속을 밟았다. 엄마와 함께 있었는데 나와 엄마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봤고 나는 그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원해서 낳은 아이냐고 엄마께 물었는데, 엄마도 어이없다는 말투로 대답하셨던 게 기억난다. 6명이 함께 쓰는 일반병동에서, 내 침대는 문 바로 앞쪽에 있었다. 나만 정신과에서 왔고 나머지는 다 어르신들이었다.     



그 후 두 가지 때문에 힘들었다. 먼저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것에 짜증이 나 있었다. 임상심리사, 정신과 주치의 교수님, 정신과 일반의 선생님께 내가 왜 우울한지,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하나하나 다시 설명하고 있었다. 너무 사소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반복 재생하려니 힘들었고 그 여파로 자해 충동이 많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소리가 무서웠다. 병실 중앙에 있는 TV 소리와 환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내게는 너무 자극적이었다. 소리가 커질 때마다 멍청아, 멍청아, 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울렸고 간호사실까지 갈 용기도 안나 혼자 울 수밖에 없었다. 100에서 3씩 빼면 안정화된다는 것을 어디선가 주워 들어 암산을 하며 소등시간을 기다렸다. 구구단도 거꾸로 외우다가, 8*8=64를 아빠가 어렸을 때 가르쳐주신 것이 생각났다. 더 눈물이 났다. 핸드폰을 확인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소등시간이 되어서야 간호사에게 말할 수 있었고 안정제를 먹고 잠들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웃음을 지어 보이고 괜찮은 척하다가 눈물을 쏟았다.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그게 꿈인지 진짜인지, 하루 대부분을 약에 취해서 비몽사몽 끝에 기억을 못 했다.


<정신과 일반병동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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