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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놀이에 대한 생각

by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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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다.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탈출시키려는 방구뽕이란 인물의 대사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유는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했던 말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많이 놀아야 한다. 아이들은 엄청 행복해야 해. 그리고 건강해야 하지. 선생님이 바라는 아이들의 삶이야"라고 20년 가까이 말했다. 드라마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 속에서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부모는 의대냐 법대냐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주변에 드라마 속 아이들처럼 공부하지 않는 가정도 많다. 그렇다고 많이 놀지도 않는다. 마을 여기저기에서 해가 지도록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의 풍경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 막기 망까지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가 너무나 짧아



도서관에서 이 가사에 삽화를 넣어 설명한 책을 보았다. 고무줄놀이가 무엇인지 말뚝 막기가 무엇인지 그림과 함께 설명한 글을 옛날이야기처럼 읽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지금 당장 운동장에서 해보면서 몸으로 익히면 좋을 텐데....

몇 년 전 매우 흥미로운 뉴스를 봤다. 2014년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지는 11과 3/4세 전에 아이들이 놀아야 목록을 50가지 만들었다. 다음과 같은 놀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나무에 오르기

비 오는 날 비 맞으며 뛰어다니기

나뭇가지로 아지트 만들기

언덕에서 구르기

바람 느껴보기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필자에게 아이들이 했으면 하는 놀이 50가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이런 놀이로 목록을 만들고 싶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 발 뛰기

오징어 게임

천국 가는 길

얼음 땡, 술래잡기

땅따먹기, 사방치기

경찰과 도둑, 돈가스

말방 까기

돌멩이 찾기(보물찾기)

흙 집짓기(모래흙 놀이)



사실 끝도 없이 써 내려갈 수 있다. 도시화되고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사라진 놀이문화들이다. 이런 놀이를 매일매일 하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는데 학원 가야 한다. 또 위험하다고, 손 더러워진다고 말리는 부모님들도 늘어나고 있다.


영국이 비영리 단체 PLAY ENGLAND는 "아동기는 즐겁고 활동적이어야 하며 건전하고 긍정적인 활동을 통해 개인적 사회적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시기"라고 아동기를 정의하고 있다. 바깥 놀이를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바깥놀이 실내놀이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른들의 지도 아래 놀이가 진행되는 것보다는 아이들끼리 자주, 많이, 충분히, 다양하게, 여러가지 놀이를 하길 바란다. 놀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규칙을 조정하면서, 관계의 조화를 이루어 나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말 - 놀이 이름은 동네마다 다른데 필자가 성장한 동네에서 부른 놀이 이름입니다. 이 글을 쓰며 괜스레 "아~ 옛날이여"라는 말을 뱉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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