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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Sep 14. 2023

엄마도 예쁘다

등원버스를 태우는 엄마들의 차림


출근길 아파트 정문에서 등원차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명절 행사가 있는지 모두들 한복을 입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칠 아이들이었지만 오늘은 저절로 눈이 갔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

곱게 댕기를 맨 아이

궁중 한복을 입은 아이

드레스 같은 한복을 입은 아이

남바위를 쓴 아이




지나가는 어르신들도 연신 이쁘다, 곱다 말씀하시면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편의점 사장님, 경비 아저씨, 반대 차선의 버스 기사님까지 한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며 웃음을 지으셨다.  


그런데 나의 시선은 아이에서 엄마로 옮겨졌다. 아이들 한복 입히고, 머리 땋아주고, 복주머니 달아주느라 엄마들은 다들 부스스했다. 딱 봐도 바쁜 아침이었구나라는 것이 느껴지는 차림이었다. 




 똥머리 질끈 매고 나온 분

못 씻고 야구 모자 눌러 쓰고 있는 분

조금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분

얼국 진 원피스를 입은 분 

맨발에 둘째 안고 정신없는 분

.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과 대조적인 차림이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 한복 입은 아이가 너무 예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앞모습 찍고, 옆모습 찍고, 뒷모습 찍고, 걸어가는 거 찍고, 여기 보라고 하고 찍고 친구랑 찍고...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뻤다. 곧 등원차가 도착했고 아이들은 우르르 사라졌다. 등원차가 출발하면 엄마들은 큰 일을 마친 듯한 표정으로 각자의 집으로 들어간다. 거실에 걸린 대문짝 만한 웨딩사진 속 공주님은 어디로 갔는가. 


알고 있다. 

미처 자신에게까지 손을 쓰기 힘든 아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웨딩사진도 행복이고, 지금도 행복인 것을.

알고 있다. 

지금도 꾸미면 엄청 예쁘다는 것을.




덧붙이는 말 - 이번 명절은 조금이라도 자신을 꾸미고 돌보는 명절이 되길 부탁드려 봅니다. 남편과 시가가 날 돌보지 않는 것에 대한 짜증보다는 스스로 나를 돌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해 보아요. 명절 지나갑니다. 잘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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