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풍부한 먹거리'
리조트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먹을 것이 넘치면서도 다양하다는 것, 게다가 각국의 음식들을 제법 품격 갖춘 레스토랑에서 고루고루 맛볼 수 있다는 것과 또한 밤마다 펼쳐지는 신나는 쇼를 다양한 주제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한 것이지만 쿠바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고 또 리조트의 특성상 일부러 먼 곳을 찾아와 휴식을 취하려는 손님들을 위해서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성심 성의껏 최선을 다해 다채롭고도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계획한 듯 보였는데, 그것들 중에는 라틴댄스, 오페라, 아카펠라, 마술, 각국의 특이한 춤 등이 있었다.
물론 본격적인 공연 이전에 늘 노래를 들려주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고 말이다.
이렇게 모든 이들의 꿈이라면 꿈이랄 수 있는 신나게 먹고 즐기는 시간을 시름과 근심 살짝 내려놓고 일주일 내내 즐겼는데, 만약 내게 그곳에서 아예 눌러살라고 누군가가 허락을 한다면 과연 나는 그 허락을 수락할 것인가에 대해선 백 퍼센트 확신할 수가 없다는 게 또 이상하고도 미묘한 그 당시의 심정이었다.
왜 신나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그러한 시간들만이 허락된 곳을 허걱~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가, 혹은 못하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노상 그렇게 살다 보면 그러한 행위를 통해 얻게 되는 기쁨 내지 감사함에 둔감해져 결국에는 더 이상 그러한 감정이 남지 않게 되고, 그건 다시 말해 내 삶에서 어떤 짜릿함의 한 조건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그런 게 아니었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사실 십일 넘게 예쁜 꽃이 없듯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적당>이라는 단서가 붙을 때에서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게 사실인 듯하다.
아무리 맛난 것도 계속 먹다 보면 시들해지고, 또 아무리 즐겼던 일들도 계속하다 보면 조금 시큰둥해지는 게 우리네 인간들의 속성 중 하나가 맞다 싶기도 하면서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한계, 즉 타성화를 떠올리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일주일 동안 나는 그곳에서 마치 여왕처럼 매일을 꽃 단장하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오롯이 즐겼는데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주로 위에서 말한 대로 혀를, 눈을 호사시켰던 그것들을.
먼저 그곳에는 공식적으로(?) 모두 7개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예약 없이 언제든 갈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 또 예약 없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해변 근처의 레스토랑, 또 예약도 필요 없고 아침부터 저녁쯤까지 언제든 식사를 할 수 있는 수영장 근처의 레스토랑,
그리고 유일한 동양식당인 일식당과 쿠바 현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쿠반 레스토랑에 지중해의 요리를 선보이
는 메디테레니안 레스토랑, 마지막으로 세계 각국의 요리를 아우르는 듯 한 인터내셔널 레스토랑 이렇게 7개였다.
우리는 떠나오기 하루 전날 메디테레니안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알려준 저 위 좀 더 근사한 룸(로열 서비스)에 묵는 손님들을 위한 그곳의 비공식(?) 레스토랑에서도 식사를 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모두 8 군데의 레스토랑을 돌면서 맛난 요리를 실컷 배부르게 먹었는데, 근래 들어 고기는 별로 입에 대지도 않았던 나와 남편은 주로 해산물과 생선을 중심으로 식사를 했고, 그렇게 먹다 보니 어느 레스토랑을 가도 결국엔 다 그게 그거였다!라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별 불만은 없었다!
나 말고 남편이 유일하게 먹은 고기는 둘째 날에 갔었던 일식당에서 철판구이를 먹으면서 맛본 소고기 스테이크와 메디테네리안 레스토랑에서가 다였고, 나는 그것마저도 맛보지 않았으니 난 꼬박 바다에서 난 것만 먹은 셈이었다. 물론 디저트는 빼고.
참, 여기서 한 마디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위에서 말한 공식, 비공식이라는 표현은 실제로 그랬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일반 손님들이 알고 있는 레스토랑을 공식으로, 아래 동네(?)에서 묵는 손님들 대개는 알지 못하는 로열 서비스 내 레스토랑을 비공식으로 표현한 것뿐이라는 걸 밝혀둔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굳이 호텔 측에서 여기에서도 식사가 가능합니다!라고 밝히진 않지만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게 또 금지된 건 아닌, 말하자면 아는 사람은 알아서 찾아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만인 뭐 그런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어떨는지.^^
그건 그렇고 다시 먹거리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는 작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번에는 절대 과식하지 말자 이미 합의를 봤기에 우리는 아주 적당, 적절하게 음식들을 섭취하려고 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과식을 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큰 후회는 없었다는 거! 게다가 서로를 대견하게 여길 만큼 우리 둘은 서로가 특히 좋아하는 지방 많은 음식, 단 음식들은 많이 절제했기에 더욱 그랬었다는 말을 덧붙여본다.
매일 아침은 뷔페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점심은 간혹 아침 뷔페에서 가져간 롤빵으로 대신하거나 해변과 수영장 곁에 마련된 식당에서 생선요리를 먹고, 저녁은 가장 이른 시간(주로 예약을 해야 하니 미리 시간을 정했는데)으로 해서 또 생선이나 해산물을 먹었는데 각 레스토랑은 주제에 맞게 몇 개의 애피타이저와 메인요리, 디저트를 각각 선보였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우리들의 선택은 대동소이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나마 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일식당에서는 새우튀김을 주문할 때 나온 소스를 보니 갖가지 양념을 가미해 만든 정식(?) 튀김소스가 아니고 그저 간장을 다소 희석시킨 그런 거였기에 실망했는데, 일본 총주방장의 말로는 쿠바는 미국과 교역을 하지 않아 특히 일식에 필요한 재료들을 조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가 먹는 일반미, 흔히 서양에서 말하는 초밥용 쌀도 구할 수 없어 결국 초밥도 못 만들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린 일식당을 제외하곤 모든 레스토랑의 음식들을 골고루 맛있게 먹었고 대부분 흡족했었다.
지나고 보니 실질적으로 맛보단 분위기와 기분에 많이 취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보기도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뭣이 중요한디?를 따져볼 때 더욱 그렇다는 게 팩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