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고 굳이 멀리 갈 필요 있을까? 2편 ‘에스테렐 리조트’
에스테렐 리조트(Estérel Resort)는 퀘벡 사람들 혹은 타주의 캐나다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몽 트랑블랑처럼 대대적인 선전을 하는 곳이라기보다 조금은 한적하면서도 지역적인 특징을 품고 있어서다.
이름도 지역 이름을 그대로 따와 ‘에스테렐’이다.
이번 여행은 아주 짧은 1박 2일, 말하자면 만 하루 동안이지만 우린 알차게 보내기로 맘먹고 체크인 시간인 4시가 되기 전 그곳에 도착해 이른 체크인을 요청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럼 스파라도 먼저 할까 스파장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또 저녁식사(이미 온라인으로 6시에 예약해 놓은)와 내일 조식 뷔페를 먹게 될 식당도 구경했다.
아담하면서도 나름 단아한 매력을 뽐내는 곳곳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퀘벡을 저평가했던 거 같단 반성 아닌 반성을 했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구경을 마친 후 다시 프런트 데스크로 가 입실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준비가 됐다고 해 얼른 방으로 이동.
방에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스파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건식, 습식 사우나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휴식을 조금 취한 다음 다소 서늘해진 몸을 녹이기 위해 야외에 위치한 노천온천으로 뛰어들었다.
보통 스파는 성인전용이 대부분이지만 이곳은 호텔을 한 구역은 연인을 위한 공간, 또 다른 구역은 가족을 위한 공간 이렇게 두 공간으로 분류해 놓은 곳이기에 어른들의 보호 하에 아이들도 온천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와 겨울 스파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또 역시 우리 다미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다른 때보단 스파를 적당히(? 보통 우린 스파에 갔다 하면 뽕을 빼는 정도로 오래 머문다는!) 즐긴 후 우리는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예약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낮에 봤던 것보다 분위기가 한층 아늑, 그윽해진 레스토랑에선 손님보다 많은 직원들이 우릴 환대했고,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을 받은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메뉴를 보고 음식을 고른 후 식전 빵을 맛보며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우리 앞에 드디어 몬트리올 시내 특급호텔 저리 가거라~ 하는 느낌의 플래팅을 선보이는 에피타이저가 짜안~하고 도착했다.
색감 하며, 플래팅 하며, 맛 하며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삼위일체를 이루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에피타이저가 아쉽게 후다닥 끝나고 잠시 후 메인디쉬가 나오는데...
아~ 이번 것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찰나, 남편의 스테이크는 완벽해 보였고 채소 역시 아주 훌륭했지만 나의 리조트는 늘 그렇듯 약간 설익은 맛이 내 흥분감을 반감시켰다.
맛있냐고 묻는 남편에게 솔직히 조금 설익은 것 같다고 대답했더니 원래 그런 거란다. 리조토는 원래 그렇게 설 익게 하는 거라고. 아니,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 아니지만 쿠킹 시간을 마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거라고.
남편이 요리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탤리 요리를 좋아하고 자주 요리를 하는 사람이니 믿기로 했다. 그리고 불만 없이 먹기로 맘먹고 아주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는 후일담을 전한다!
식사가 모두 끝나고 어찌 보면 가장 기대된다고 볼 수 있는 디저트 타임이 드디어 왔다!
왜 기대가 더 컸냐 하면 다른 건 다 메뉴에 정확한 이름이 보이는데 디저트만큼은 자기들이 준비한 거라고만 돼 있어서 과연 어떤 디저트가 나올까 무지 궁금해진 거였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카모마일 티와 함께 디저트가 나오는데, 와우~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고급진 초콜릿과 앙증맞은 아이스크림의 조화, 거기에 브릴뤠 캐러멜 시럽까지~
아주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후 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원래 예정했던 제2차 스파행을 포기하고 그냥 방에서 푹 쉬기로 했다. 따뜻한 벽난로의 온기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역시 예정했던 스파행을 마다하고 조식 뷔페를 위해 식당으로 먼저 향한 우리는 맛나고 다소 버거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스파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결론은 스파 대신 체크아웃 후 이미 생긴 지 4~5년이 된 몬트리올 프리미엄 아웃렛 쇼핑몰을 가보기로 했다.
해서 우린 서둘러 체크아웃을 한 다음 바로 몬트리올을 향해 속도를 냈다.
그동안 아웃렛 매장 쇼핑하면 주로 미국으로만 쇼핑을 떠났었던 우리가 그동안 우리가 몬트리올 아웃렛 매장을 홀대(?)한 이유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다름 아닌 높은 부가세 때문이었다!
여긴 자그마치 15%가 세금인데, 미국은 많아봤자 8% 또 어떤 곳은 아예 의류나 신발류에 세금이 없어서 가뜩이나 혜자스러운 아웃렛 가격에 그야말로 쇼핑 천국 같은 느낌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 달러와 캐나다달러의 차이가 많이 나 미국 여행을 많이 자제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그런 이유로 그래도 몽레알레즈인데 한 번쯤은 지역 아웃렛 매장도 방문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장착하고 그곳을 찾았다는 게 우선의 심경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론 그곳에서 아주 착한 가격에 남편의 파자마도 발견하고, 지인에게 선물할 베레모도 발견하고, 시어머님 크리스마스 선물에, 린트 초콜릿도 다량 구입했으니 별 불만 아니, 실은 아주 만족스러운 쇼핑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시작부터 끝까지 다 좋았던 이번 여행을 계기로 이 지긋지긋한 겨울나기에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 해 남편과 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다음엔 진짜 본격적인 겨울 스포츠를 즐겨보자고 또 헛된 다짐까지 하면서 내 집의 안락함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