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뉴욕 여행 일정 세 번째 이야기 '모마' 미술관
그곳을 지나 드디어 '현대 미술관'(MOMA)에 도착해서 여러 미술 작품들을 감상했는데, 그전에 그곳에서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반가운 얼굴을 만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그보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열린 '재외 한글 교육자 연수' 때 만나 뵌 뉴욕의 이영주 선생님(이 분은 유명한 한국인 '안 트리오' 음악가의 어머니시다.)을 한 전시관에서 우연히 뵙게 된 것인데, 선생님께서 날 보시고는 "아니 분명히 아는 얼굴은 맞는데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라 한참 보고 있는 중이었어~"라고 하시면서 반가워하셨다.
나 역시 너무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손을 맞잡고 안부를 여쭈었다. 전 해까지만 해도 전화를 드렸지만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오다 보니 워낙 정신이 없어 전화도 드리지 못했었는데 그게 우선 많이 죄송스러웠다.
올 때마다 전화를 드리기는 괜스레 부담을 드리는 것 같은 자격지심이 있어 전화를 드리지 못했단 말씀은 차마 드리지 못했지만, 내 표정에서 알아 봐 주시길 고대하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던 거 같다.
아쉽게 짧은 인사만 마치고 헤어졌지만 ‘넓은 뉴욕 바닥에서 우연치곤 참 묘한 우연이네~’란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이어 미술관 순례를 계속 됐고 우린 층층마다 마련된 여러 미술품들을 실컷 감상하고 나서 드디어 맨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일층에는 또 시원한 통유리 밖으로 야외 조각공원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남편은 다리도 아프고, 춥다고(외투는 락커에다 맡겨버렸기에.) 실내에 있겠다고 해서 나만 혼자 바깥으로 나가봤다. 그곳에는 시원한 공기와 더불어 멋진 조각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있었고, 또 맛난 음식냄새도 솔솔 풍겼는데 바로 옆에 있는 뮤지엄 식당이 근원지였다.
난 이 미술관의 야외 조각공원도 멋지지만 실내의 하얀 건물이 정말 맘에 들었는데, 돌아와 알아보니 이 미술관은 일본인 건축가가 리노베이션 하고 이 전보다 두 배나 수용인원을 늘린 것으로 되어 있었다.
볼거리가 많은 건 차치하고, 일단 미술관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어 그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대 들지 않았다는 걸 또 고백해야겠다.
물론 거기에 마냥 죽치고 있을 수 없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는 말도 덧붙여야겠고.
그렇게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는데 미술관을 비롯하여 이곳저곳을 한참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덩달아 날씨까지 쌀쌀해서 몸도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서 우리는 또 만만한(?) ‘스타벅스’(뉴욕에는 정말 스타벅스가 한 블록을 두고 쫘악~ 깔려있다. ㅎ)로 들어가 커피를 마시다가 급기야 잠깐 눈을 붙이게 되었다.
한 15분쯤 단잠을 잤으려나? 남편이 배가 고파온다면서 뉴욕의 명물 중 하나인 ‘뉴욕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잔다.
그 말과 동시에 정신을 차린 나는 몸과 마음을 재정비(?)했고 우린 낮에 이미 봐둔 스테이크 집으로 뿅~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 식당은 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에 수록된 유서 깊은 스테이크하우스인데, 가장 눈에 뜨이고 특이한 점은 레스토랑을 들어가는 우측으로 생고기들을 저장하는 일명 ‘숙성실’이 고스란히 보인다는 그것.
적당한 온도에 맞춰 고기들을 숙성시키는 게 그대로 보이니 왠지 더 고기의 질에 신뢰가 간다고나 할까? 아마도 그걸 염두에 두고 전시까지 하는 것이겠지만 노린(?)만큼의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특히나 나처럼 시각에 약한 사람에겐 아주 잘 먹혀 들어갈 마케팅이 분명할 듯싶었다는 거!
그러면 과연 스테이크의 맛은 어땠느냐고? 사실 언젠가부터 난 고기를 많이 좋아하지 않고, 해산물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연어구이’를 주문했고, 남편은 기대에 차서 ‘뉴욕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결과로는 역시! 스테이크는 뭔가 달랐다! 가 맞고, 솔직히 연어구이는 너무 익혀서 좀 질겼다!로 결론 낼 수 있을 듯하다.
남편이 그나마 자기 고기를 내게 많이 주고 대신 내 연어구이를 먹어줘서 다행이었지, 아님 엄청 후회하면서 ‘잘못 주문했네! 정말~’ 할 뻔. 스테이크는 진짜 환상이었고!
참, 그전에 애피타이저로 굴을 주문했는데 남편 왈, 자기가 이제껏 먹어본 굴 중에서 가장 신선도가 뛰어났다나, 뭐라나 하면서 아주 뉴욕 음식 광팬임을 자처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 와 돌이켜봐도 전반적으로 미국 음식들은 양이 많은 편인데 양에 비해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 더 좋아하는 듯싶었던 게 사실이긴 하지만, 맛도 좋았고 신선도만큼은 내가 생각해도 뛰어났다고 믿어진다.
식사를 마친 우린 배도 부르겠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걸으며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을 또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들러가며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별이 아쉬운 건 사람과 사람 간에만 일어나는 감정은 아닌 게 맞았다. 짧은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그저 아쉽기만 했다.
보고 싶었던 것 웬만큼 다 보고, 또 잘 먹고, 즐거웠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는 게 달갑지 않은 이유를 가만 생각해 봤더니 역시! 그건 날씨 때문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몬트리올로 돌아가면 여기보다 훨씬 추운 날씨가 기다리고 있지~ 하는 두려움이 날 놓아주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동시에 그곳에 두고 온 보고픈 사람들을 기억하며 마음을 되잡았고, 귀가를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