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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an 02. 2021

가장 빛나는 내가 되고 싶어

『나를 찾아서』- 변예슬 글, 그림


무리 속에 함께 어울려 지내던 주인공 아이는 어디선가 밝게 빛나는 빛을 따라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나왔다. 그곳에는 아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빛나는 것들이 가득했다. 자신도 그 반짝이는 것들처럼 빛나고 싶던 아이는 계속해서 더 반짝이는 걸 찾아 갖고, 물들고 또 물들어 갔다. 그렇게 반짝이는 것만 쫓아다니며 자신이 변해가는 모습을 몰랐던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갇히게 되고 자신이 변했다고 믿고 싶지 않았던 아이는 거울이 가득한 방에 가서야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고 인정하는 순간 진짜로 아이는 반짝이는 빛을 찾게 된다.


"나도 이렇게 빛나고 싶어"


학창 시절 항상 한 덩치 하던 나는 늘씬하고 옷 잘 입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예쁘고 잘 노는데 공부 잘하는 아이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나는 부러워만 했지, 그들을 따라 하지는 못했다.

늘씬하고 옷 잘 입는 아이들이 부러웠으면 다이어트를 했어야 했고

공부를 잘하려면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늘 생각만 하다 시간을 허비했다.


남자 친구가 있는 친구가 이런저런 이벤트를 받았다고 하면 부러워했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하지 못한 것을 하는 친구를 보면 부러워했다.


주인공 아이는 빛나는 것을 따라 계속 자신의 색을 바꾼다. 결국 다양한 색이 섞여 검게 변해버린 아이. 본래의 맑고 투명하던 모습은 온 데 간데없고, 검게 변해버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비록 자신은 돌보지 못했지만 반짝이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 주인공 아이가 또 부럽다.

물론 어울리지도 않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만 해서 결국 문제가 생겼지만, 만약 아이가 저 빛나는 것을 자기에게 맞게 따라 했다면, 나는 오히려 멋지고 화려한 빛깔을 가진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나도 늘 빛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대로 이리저리 흘러왔기 때문일까, 생각만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진짜 나를 찾으려고 했을 때 텅 빈 공간에서 혼자 서있는 기분이었다.


주인공 아이가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고 인정하자 진짜 빛나는 것을 찾게 되듯이,

나도 반짝이는 내가 되기 위해 나를 오롯이 살펴보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너는 자신을 잃어버렸구나"


전업주부가 되어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 가장 힘든 것이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이다.

경력은 이미 단절되어 사회에서 버림받은 기분이고, 아이를 보느라 엄마는 있지만 여자로서의 나는 포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제일 힘든데 그럴 때 옆에서 남편이 지지해주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서 뭐해?"라는 식의 말을 하게 되면 완전히 자존감은 바닥을 치다 못해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아이들이 기관에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외부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 우울한 기분도 점차  나아지기는 하지만 그때는 아이들 교육문제로 관심이 쏠려 또 나를 돌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사회인일 때도 나, 전업주부도 나, 엄마도 나, 모두 나인데 왜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 드는 걸까?

사회인이고 여자로서의 나를 더 높게 생각하고 전업주부와 엄마인 나를 하찮게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닌지,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힘들어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를 낳고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어할 때, 산후조리 중에 만난 맛사지사 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아내가 무슨 뜻인지 알아요?"

"모르겠는데요"

"집안의 해라는 뜻이래요, 그래서 아내가 집안을 환하게 비춰야 따스한 기운이 온 집안에 퍼져서 가정이 화목하데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즐겁게 생각하고 힘내요."

이미 나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어쩌면 나는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넌 누구니?"


자기소개 시간이 제일 막막하다. 나를 소개하라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대충 이름과 사는 곳 나이를 말하고 말았다. 그런데 비대면 모임이 늘어날수록 기본 인적사항이 아닌 자신의 특장점이나, 요즘 생각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로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예전처럼 지역이나 나이로 관계를 구분 짓는 시대에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굳이 나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아도 충분히 교류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부캐가 유행하는 것도 그것 때문 일지도, 지금 나도 세례명이자 필명 소피아로 부캐를 만들어 가고 있으니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때, 사전 조사 없이 무작정 신청서를 쓰면서 첫 질문 자기소개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입사원서의 자기소개서처럼 써야 하나, 300자 안에 나를 어떻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일단 늘 습관처럼 말하는 대로 나의 인적사항을 써서 냈다. 결과는 탈락.

나부터 제대로 표현하질 못하는데 어떻게 내 생각을 글로 쓸 수 있을까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나를 바로 알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진짜로 내가 빛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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