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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an 04. 2021

울려던 건 아니었는데...

『사자도 가끔은...』- 허아성 글, 그림


힘없는 사자의 뒷모습과 함께 "멋있는 사자도 가끔은 울상이 될 때가 있어."라고 시작을 한다. 사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런 사자를 바라보며 화자는 그럴 때는 기다려 주라고 한다. 사자가 먼저 말을 할 때까지. 그리고 말을 한다면 가만히 들어주기만 하라고 한다. 말을 하다 눈물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저 따뜻하게 쓰다듬어주며 옆에 있어주라고 한다. 그럼 사자는 눈물을 닦고 다시 일어나 예전의 멋진 사자로 돌아온다고.  


울려던 건 아니었는데...


나는 울고 싶었던 것이 아닌데 속마음을 말하려다 눈물 먼저 나와 속상할 때가 있다. 울려던 것이 아닌데 이런 상황이 되면 자꾸 지는 지분이 들고 나의 속마음이 눈물에 가려지는 것 같아 화가 난다.


나는 겉으로는 쾌활하고 씩씩해 보여도 상처를 잘 받는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꾹꾹 눌러 담고 있다가 한 번씩 터져 나올 때가 있다. 터져 나온 서운한 마음은 어떤 것부터 말해야 하는지 정리가 되지 않아 눈물과 함께 쏟아져 나온다. 분명 나는 울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눈물을 흘리지 않고 말하고 싶었던 일도 입말과 동시에 눈물이 흘러나와 결국 내가 원하는 위로보다는 내 눈물을 멈추기 위해 돌아오는 형식적인 말들로 상황이 정리가 된다. 들어주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렇게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려고만 하는 상대방에게 나는 더 말하지 못하고 마음을 다시 닫는다. 


자기감정에 솔직하지만 표현이 서투른 둘째를 볼 때마다 나를 보는 것 같다.

조금만 속상한 일이 생기면 눈물을 흘린다. 7살이 된 지금까지 하루도 안 운 적이 없는 걸 보면, 부모의 양육태도에도 문제가 있지 싶다. 그런데 아이가 울면 언제부터인가 화를 내는 나를 보게 됐다. 울지 말고 이야기하라고, 이렇게 징징거리면서 떼쓰듯이 울면 아무도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그러니 침착하게 속상한 것이나 너의 생각을 말하라고. 나한테 해야 할 소리를 아이에게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또 화가 난다.


어쩌면 진정한 위로의 방법을 모르고 있던 것이 아닐까?

그저 기다려주고 가만히 들어주고 내 감정을 공감해주며 옆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였다.

나는 이렇게 위로받길 바라면서 정작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상황이 되면 나는 어쩔 줄 몰라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힘든 건지, 아니면 빨리 상황이 정리되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마음속에 무엇이 그리 맺혀있을까?


평소에 눈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슬픈 영화를 봐도 잘 울지 않는데 내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면 대부분 마음이 여리다고 했다. 남편은 이런 나를 이해 못하고 여자의 무기는 눈물이라고 치부해버린다. 우는 사람 앞에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냐며 우리의 부부싸움도 나의 눈물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런데 딱 한 사람, 나의 대모님께서 "너도 마음속에 맺힌 것이 많구나"라고 말을 해주었다. 

속에 맺힌 것을 다 풀어내야 눈물이 나오지 않을 거라며, 나의 남편에게도 이해하고 들어주라고 하셨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과 짜증이 극에 달하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으로 이렇게 살면 뭐하나 생각하던 때였다. 결혼하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놨다. 남편은 당황했고, 혼란스러워했고, 억울해했다. 3일에 걸쳐 밤마다 잠 못 자고 싸우고, 울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남편에게 그냥 듣고 또 들으라고 네가 이래서 힘들었구나 하고 토닥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물질적인 것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위로가 필요한 것이라고 기다리고 들어달라고 했다.


사자가 위로의 시간을 통해 다시 일어서서 멋진 사자로 돌아온 것처럼 나도 그 시간을 겪고 나서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마음의 짐을 비워낸 자리에는 긍정의 기운이 가득 차 매일매일 활기차게 하루를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눈물이 완전히 마른 것은 아니라 아직 더 비워내야 한다.


그림책으로 배우는 위로법


묻지 않고 기다려주기

있는 그대로 공감하며 들어주기

울면 따뜻하게 쓰다듬어주기

진정될 때까지 옆에 있어주기


간단해 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이 위로의 행동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내 주변에는 이런 위로를 건네 줄 사람이 있을까? 그림책을 통해 오늘도 아이와 나는 위로의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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