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 라파엘 프리에 글, 줄리앙 마르티니에르 그림
여느 때처럼 회사에 가기 위해 서둘러 나가는 블레즈씨.
걱정이 늘어 온 몸이 곰으로 변해가도 내일이면 괜찮아질 꺼라며 오늘도 정신없이 회사에 출근합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한주를 보낸 블레즈씨는 본인이 마음속에 갈망하던 자유로운 삶을 찾았을까요?
월화수목금금금
십여 년 전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때,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 끝나는 음악이 연주되면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나중에 개그 소재로도 사용된 걸 보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월요일이 싫었던 것 같다.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때가 언제 였을까? 나는 내가 직접 돈을 벌어 생활하고, 부모님과 상의 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이 늘어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그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라고 생각하는데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간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의무감에 기계처럼 지내는 일상은 쉽게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회사가 너무 바빠 몸이 힘든 거는 참을 수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때는 출근길에 누가 차로 나 좀 살짝 쳐 줬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주 5일제가 시행됐을 때 너무 신선했다. 그동안 격주 근무였던 토요일에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쉬어도 되고, 주말 이틀 동안 뭐하고 놀까 하는 생각에 너무 설레었다. 그런데 다시 월요일에 출근을 하려면 이틀 동안, 사실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됐으니 2박 3일 동안 열심히 놀은 후유증이 심하게 남았다. 오죽하면 월요병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그래도 우리는 꿋꿋이 출근을 하고 목요일 오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금요일을 기다렸던 것 같다. 불타는 금요일을 위해!!
곰은 자유 or 미련 곰탱이
블레즈씨를 보며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다. 월요일부터 걱정이 시작됐지만 금요일이 돼서야 괜찮아졌다. 요일이 지날수록 발끝부터 시작해서 점점 온몸이 곰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데 정작 괜찮아진 금요일에 온전한 곰으로 변한 블레즈 씨는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걸 회사에서 감추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블레즈씨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한다. 우리도 사실은 각자 마음속에 자유를 갈망하지만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참고 있지 않던가.
블레즈씨는 온 집안을 자연친화적으로 꾸며놓았다. 자연과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인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남아있는 마음이 곰의 발로, 요일이 지날수록 뒤덮는 곰의 모습이 자유를 향한 갈망이 쌓여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금요일이 되고 주말이 되면 모든 걸 잊고 자연을 즐기러 떠나는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 자유를 향한 갈망을 마음속에 꼭꼭 숨겨둔 체 미련 곰탱이처럼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서둘러 집을 나서며 바쁘게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OOO 씨에게 일어난 일
제목에서 이름만 바꿔서 읽어보자. 소피아씨에게 일어난 일, 남편에게 일어난 일, 우리에게 일어난 일, 누구나 겪고 있는 일상. '그래 나만 힘든 거 아니지, 다 힘든 건데 나만 너무 엄살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일에 치여 고통스러워하는 블레즈 씨의 표정을 보며 '나를 보는 것 같아. 나도 일상을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게 누구든 주변에 일상에 지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슬기롭게 잘 이겨낼 수 있게 따뜻한 위로와 관심을 건네줬으면 좋겠다.
"야. 너만 힘드냐?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딨냐?" 이런 말 말고,
"그래, 힘들지? 우리 잘 이겨내 보자." , "너무 힘들면 잠깐 쉬었다 가도되, 너무 애쓰지 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너 자신이야, 용기를 잃지 말고 너부터 잘 보살펴주렴."
덧. 오늘도 가장의 무게에 짓눌려 서둘러 출근한 남편에게도 일어났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