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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Feb 05. 2021

행운 씨와 불운 씨가 한 집에 삽니다.

『행운을 찾아서』- 세르히오 라이를라 글, 아나 G. 라르티테기 그림

한 아파트에 사는 두 남자가 같은 날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같지만 둘이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는 모습은 다르다. 행운 씨는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고 불운 씨는 철저하게 계획대로 사는 사람이다. 똑같은 상황에도 서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보니 각자의 여행은 점점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행운 씨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며 행복한 여행을 하였고, 불운 씨는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급급한 나머지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물론 불운 씨에게도 한방은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진짜 행운인지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집은 행운 씨와 불운 씨가 한집에 산다. 

내가 행운 씨처럼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성격이라면, 남편은 불운 씨처럼 매사 계획적이고 꼼꼼하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나는 "그럼 뭐 어때? 이렇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때, 남편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또는 "나는 쉬지를 못하는구나."라는 식으로 투덜거린다. 

내가 생각할 때 굳이 짜증 내지 않아도 되는 일을 투덜거리는 남편에게 종종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라고 한다.  남편은 늘 "거봐, 항상 내가 생각한 데로 일이 벌어지잖아."라고 하지만 예민함으로 무장한 남편이 너무 한쪽으로 생각해서 일이 그렇게 따라오는 기분이다. 본인 성격 탓이라며 부정적인 마인드로 생각하는 것을 고치기 힘들다고 말하는 남편이 안쓰러울 때도 있다. 


행운 씨는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간다. 

나도  살면서 상처 받고 힘들 때도 있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 내다 보면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거기서 오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때가 더 많다. 남편과 내가 비슷한 듯 달랐던 이유는 이렇게 반대로 생각하는 것 때문인 것 같다. 코로나로 외출을 못하고 집에만 갇혀있어도 뭔가 계속 꼼지락거리며 할 일을 찾고, 거기서 얻는 성취감으로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불운 씨에게도 한방은 있다.

불운 씨도 마냥 극한의 상황에 치달았던 것은 아니다, 복권 한 장이 가져다준 행운. 매주 로또를 사며 인생역전을 꿈꾸는 남편에게도 불운 씨처럼 한방이 찾아오기를 바라본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복권은 아니었지만 남편의 한 방이 위기를 넘게 해 주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서로 맞춰가며 잘 살고 있는 건가 싶다. 


나는 기대한다. 행운 씨가 일상에서 행복을 꾸려나가고 불운 씨가 한방으로 인생역전을 한다면, 우리 부부가 함께 사는 이 집에 다양한 행복이 넘쳐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다름으로써 남편의 꼼꼼한 성격이 내가 대충 하는 것을 메워주고, 남편의 예민함을 나의 부드러움으로 중화시킨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행복을 꿈꾸며 행운을 찾아 함께 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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