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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May 10. 2021

첫 번째업무 - 블로그 홍보

엄마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살아남기

1년 반 정도 이상하고 아름다운 알바 생활을 했던 곳의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많은 나를 자극시켜주었으나 신분의 벽과 생각의 차이로 늘 하다가 멈추었던 일들이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그곳은 중견 식품기업이다.

본사 건물에 식당과 물류창고와 작업장이 함께 있어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의 차이가 크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식당에 식사를 하러 오시는 손님들이고 식당 중간에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야외 테라스를 갖춘 카페도 있어서 꽤 단골손님이 많은 곳이다.

작업장과 물류창고는 학교 급식용 식자재를 납품하는 데 사용된다. 육류를 메인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매일 입고가 되면 각 학교에 필요한 만큼 작업장에서 손질해서 다음날 새벽에 각 학교로 배송이 된다.


내가 처음 들어갔을 때는 프로젝트를 위한 제품 구성과 홍보를 위해서였지만 흐지부지 된 후 나에게는 일단 블로그 홍보의 업무가 주어졌다.  

식당의 문제는 아는 사람만 온다는 것.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오면 좋은데 그렇다고 여기가 핫플레이스라고 추천해 줄만큼 당기는 매력은 없다는 점이었다. 어디에나 있는 콘셉트의 메뉴, 딱 그 정도의 맛, 저렴하다고 생각했지만 먹어보면 싸지 않은 가격이 문제였다. 이곳을 블로그에 검색 키워드를 활용하여 노출 시키키를 원하셨지만 그러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한데 아무런 예산 없이 키워드를 골라 고퀄리티의 글로 쓰기를 바라셨다.

사실 바이럴 알바를 하기는 했지만 주어진 키워드가 있었고 매일 반복되는 문구와 형식적인 글로 정해진 분량을 채우기 바빴던 터라 글을 잘 쓰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는 책도 하나도 안 읽을 때였고 트렌드를 파악하기에도 너무 벅찼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타깃 설정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대표님은 40~50대 중년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고 싶으셨는데, 나는 딱  내 또래들인 30대 주부들을 공략하는 것이 지역 특성상 더 맞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그동안의 운영 경험과 건물구조 등을 이유로 들어 노 키즈존을 하고 싶으나 못하고 계신 상황이었다. 그러려면 확실하게 노 키즈존으로 결정을 하면 오히려 그걸 선호하는 고객들이 올 텐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콘셉트도 타깃도 불분명한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내가 식당 운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어떤 고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의견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욕은 꺾였고, 매일 올리던 글도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 일주일에 한 번 등 다른 업무에 밀려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블로그 체험단이나 블로그 대행해주는 업체들하고도 접촉을 해봤는데, 가격에 비해 효과는 미비했다.

이전에 어떤 이벤트를 하셨는지 모르겠으나 제안했던 이벤트들도 줄줄이 까였고, 그럼에도 끊임없이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검색을 하시며 식당의 평가를 관리하시는 대표님을 보며 정말로 무엇을 원하시는 건지 궁금했다. 이후 쇼핑몰을 다시 만들고 담당 디자이너에게 블로그 관리가 넘어갔다. 원고를 나에게 써주기를 바랐으나 그때 당시에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지만, 원고를 써서 넘겨줘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는 직원을 보며 포기를 했다.


홍보물 제작을 위해 매번 위탁업체를 활용하다 결국 디자이너가 한 명 채용되었다. 그녀는 정직원이고 나는 아르바이트생이었으나 업무경력이 길다는 이유로 나와 그녀가 한 팀이 되어 내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했다.

책임감이라는 것이 더해진 것이다. 문제는 나는 퇴근시간이 빨라서 그녀에게 해야 할 것을 말하고 퇴근을 하면 그녀는 혼자서 업무시간이 지나서 작업을 하다가 대표님의 지시사항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내가 다음날 돌아오면 전혀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척도 없고, 보고체계도 엉망이고, 보인 게 없으니 화살이 자꾸 날아오기 시작했다. 멀티가 되어야 되는 회사에 한 가지 일만 하러 온 직원과 당연히 멀티플레이어가 돼줄 거라고 생각한 대표님을 바라보며 그저 나에게 피해가 없기만을 바랬다. 내가 알바인 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화살은 정직원인 팀장에게 날아갔으니, 그녀의 억울함을 달래주는 일만 하면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업무와 위치는 자연스럽게 변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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