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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p Jan 03. 2021

[에세이] 폭력의 경험

폭력에 길들여진 이는 폭력을 당연한 것인 양 받아들인다. 자신의 삶은 원래 그런 것이며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심지어는 배우자나 연인을 만날 때도 무의식 중에 폭력적인 사람에게 끌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오랜 폭력의 경험은 그들에게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보다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불안한 상황이라는 왜곡된 정서상태를 일러준다. 나쁜 남자를 만났던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끌리고, 된장녀를 만났던 남자가 계속 그런 여잘 만나는 것도 이러한 이치다. 



또는 폭력으로 억눌렸던 심리가 나보다 나약한 어떤 이들을 향해 폭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 그를 아무리 혐오해도 그의 폭력성을 닮아가는 것이 그런 경우다. 그 분노를 다른 나약한 이들(동생, 배우자, 연인 등..)에게 그대로 돌려주게 된다.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을 향한 복수다. 폭력이 답습되고, 또 다른 폭력을 낳는 것이다. 



사실 '집착'이나 '소유욕'또는 '바람'에 길들여지는 것도 이러한 폭력의 일종이다. 집착하는 이를 만나야 맘이 편하고, 연락이 계속 와야 공허하지 않은 기분이 드는 것. 상대가 아무리 바람을 피워도 사랑은 나뿐이라며 용서하고 붙잡게 되는 것. 



자신이 폭력에 익숙해져 순응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깨우치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안정적인 삶의 형태이기 때문에. 깨우치는 것조차 때로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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