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장난과 우정 사이
이번에는 권 씨 부인이 뜻밖의 병에 걸렸습니다. 감기로 인해 코끝이 붉게 부풀었고 쉽게 낫지 않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한음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오성의 숙직일을 노려 한음은 병든 부인을 위문하러 오성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성은 자신이 준비한 말을 하지 않은 채 부인의 긴장을 풀려 애썼고 한음도 조심스레 안부를 물으며 살뜰히 병문안을 했습니다.
오성은 치료법이라며 조금은 기괴한 민간요법 하나를 전했습니다. 종이에 구멍을 내 코를 내놓게 한 뒤 찬물을 계속 끼얹으면 붉은기가 가신다는 방법이었죠. 권 씨 부인은 성심성의껏 이 방법을 따랐지만 제대로 낫기는 어려웠습니다. 오성이 숙직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마루가 물바다가 되어 있었고 권 씨 부인의 코는 더 붉게 부어올랐습니다. 오성은 고스란히 자신이 당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사건은 한음과 오성 사이에도 긴장과 장난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오성이 권 씨 부인의 신체 비밀을 알고 있었던 탓에 친구인 한음을 놀리며 “내가 자네 부인과 그런 사이”라고 농담을 건넸고 증거랍시고 그 비밀을 폭로했습니다. 장난이 지나쳐 두 사람은 심한 다툼까지 벌였지만 결국 서로에 대한 깊은 우정을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음은 부인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고 부인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지만 침착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아무 날에 오성 대감을 꼭 우리 집에 초대하라”는 말로 화해의 뜻도 보였죠. 이에 한음이 오성에게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오성도 처음엔 긴장했지만 따뜻한 환대 속에서 점점 경계심을 내려놓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맛있어 보이는 떡이 식탁에 놓였습니다. 오성이 한 조각 집어 먹자 부드러운 맛과 함께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걸 느꼈습니다. 깜짝 놀라 뱉어보니 떡 사이에 ‘천연 된장(똥)’이 섞여 있었던 것입니다. 문 밖에서는 권 씨 부인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거짓말하는 입에는 똥이 들어가야 한다.”
이처럼 두 집안 사이의 장난은 때로는 복수와 경계가 어우러진 복잡한 감정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극복과 존중 우정과 의리가 숙성되어 있었습니다. 논어의 말씀대로 君子義以爲質(군자 의이위질) 즉 군자의 본질은 의로움에 있다는 가르침처럼 진실한 의로운 마음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근본임을 이들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