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우정의 시작
조선 시대에 이름을 떨친 두 명재상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깊은 우정과 재치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특별한 인연은 오성의 어린 시절 장난기 넘치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죠. 어린 오성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이웃집 담장을 넘어선 탐스러운 배나무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나무를 흔들어 잘 익은 배를 떨어뜨리려 했죠. 그 배나무의 주인이 바로 훗날 오성의 평생지기가 되는 한음 이덕형이었습니다.
한음은 당시 오성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형이었지만 어린 오성의 거침없는 행동에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무 아래 서서 “어린 친구 왜 배를 흔드는가”하고는 침착하면서도 재치 있는 말로 상황을 받아넘겼습니다. 어린 오성은 한음의 온화하면서도 현명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오성과 한음의 첫 만남은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아 배나무 주인으로서 화를 낼 법도 한데 한음은 어린 오성을 꾸짖지 않고 오히려 이해하려 했습니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 다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는 쉽게 친구가 되기 어려운 간극이었지만 이 둘은 달랐습니다. 한음의 깊은 아량과 오성의 번뜩이는 기지는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주었죠.
이들의 우정은 나이 차이를 넘어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며 함께 성장했습니다. 오성은 한음의 침착함과 현명함을 배웠고 한음은 오성의 기지와 활달한 기운을 얻었습니다. 이 둘은 함께 과거를 준비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같은 길을 걸었지만 오성이 한 걸음 뒤에서 형인 한음의 벼슬길을 따르다가 오히려 나이로는 먼저 영의정에 오르기도 하는 등 흥미로운 일화가 많습니다.
논어에서는 子曰 後生可畏(자왈 후생가외) 즉 '젊은 후배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라고 말합니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재능과 가능성이 뛰어날 수 있다는 뜻이죠. 한음이 어린 오성에게 보인 존중과 기대가 바로 이런 정신에 맞닿아 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존중하며 발전시킨 이들의 우정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