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권력과 인연 속에서 피어난 우정
오성과 한음은 나이와 배경이 달랐음에도 운명처럼 과거를 함께 치르며 깊은 인연을 이어갔어요. 비슷한 꿈과 이상을 가진 이들은 조선 시대 공직에 들어섰고 신진사류로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죠. 끈끈한 우정과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이 자라났지만 당시 당파 싸움과 권력 다툼은 이들의 관계에 끊임없는 도전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삶을 관통했던 시대적 과제는 바로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당대 명재상이었던 이이와 얽힌 일화들은 두 인물의 뛰어난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한 번은 오성의 집에서 일하던 청지기가 선조 대왕의 행차 중 불운한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선조의 행렬이 지나가던 중 한 여인이 죄를 지어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청지기가 그 여인을 너무나도 측은히 여겨 나섰던 겁니다. 그는 목숨을 잃을 위기였던 여인의 편을 들다가 오히려 궁중 수비대와 마찰을 빚어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되었죠.
이 소식을 들은 오성은 지체 없이 나섰습니다. 그는 죽을 위기에 처한 청지기를 변호하기 위해 왕 앞에 섰는데 이때 그가 지닌 교묘한 말솜씨와 재치가 빛을 발했습니다. 오성의 언변은 단순히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넘어 왕의 인간적인 마음을 움직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는 죽음을 앞둔 여인을 측은히 여기는 청지기의 마음이 과연 죄가 되는가를 묻는 방식으로 상황의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왕의 위엄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왕이라면 인자함과 넓은 도량으로 이러한 인간적인 행동을 용서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주었죠. 무거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오성 특유의 재치 있는 표현으로 청지기의 순수한 인간미를 부각하며 왕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사건의 본질인 측은지심에 집중하면서도 왕의 통치 철학과도 부합함을 암시하는 간결하고도 힘 있는 말로 왕의 너그러운 결정을 유도한 것입니다. 결국 선조는 오성의 지혜로운 화술에 감탄하며 청지기를 용서했습니다. 이 일화는 오성의 인간적인 면모는 물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그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오성과 한음은 이처럼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당파와 권력의 질곡 속에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논어에 나오는 자왈 사달이이의 (子曰 辭達而已矣) 즉 ‘말은 뜻만 통하면 그뿐이다’라는 가르침처럼 핵심을 꿰뚫는 언변으로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갔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말솜씨와 정치적 감각을 십분 발휘하며 격동의 시대를 살았고 그것이 곧 그들 우정의 중요한 부분이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