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임제의 농담
임제는 오성, 한음과 같은 시대를 살며 고난을 함께 겪은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당대 문인으로서 빼어난 지성과 통찰력을 지녔지만 기개가 넘치고 자유분방한 성품 탓에 종종 파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오성과 한음은 이러한 임제와 깊은 인연을 맺고 정치적 격변의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지탱했습니다.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조차 임제는 절망에 굴하지 않고 놀랍도록 담담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습니다.
임제가 병이 깊어 죽음을 예감했을 때,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천하호걸 임제가 때를 만나지 못해 이 자리에서 원통하게 죽는다!"라고 외쳤습니다. 이 유언은 단순한 한탄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한탄하는 듯하면서도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억울함을 해학적으로 승화시킨 말이었습니다. 그의 통 큰 성품과 유머는 시대의 고통스러운 무게를 잠시 덜어내는 강력한 힘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임제는 당시 조선의 현실을 꿰뚫는 날카로운 풍자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내가 중국의 오대나 육조 시대 때 태어났으면 돌려가며 해먹는 천자 정도는 했을 텐데 말이지"라는 농담은 개인적인 체념을 넘어 당시 조선의 위태로운 국제적 위치와 큰 스케일의 역사적 혼란 속에서 황제를 칭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담담히 일갈하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런 임제의 유언과 풍자는 단순한 개인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오성은 임제의 이 같은 언행을 왕인 선조에게 직접 전했고 놀랍게도 선조는 크게 웃으며 분위기가 유쾌해졌습니다. 당시 한음을 비롯한 여러 신하들이 역모 혐의에 휩싸여 정치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임제의 이러한 농담은 숨통을 트이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했습니다. 오성은 임제의 유머를 빌려 긴장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었고 선조 또한 한발 물러서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찾았습니다. 이처럼 임제 오성 한음 세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동료를 넘어선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했으며 특히 임제의 재치는 위기의 순간 서로를 지키는 독특한 방패가 되었습니다.
논어에는 "樂以忘憂(락이망우)"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기쁨으로 근심을 잊는다는 뜻입니다.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도 임제는 특유의 웃음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근심을 잠시나마 잊게 했습니다. 이는 삶의 고통을 견뎌내고 극복하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유머와 인간적인 면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