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명나라의 특이한 선물 ‘계충’
명나라 이여송 장군의 부대가 조선에 도착한 어느 날 조선의 몇몇 신하들과 장군들이 그들을 만찬에 초대했습니다. 연회 분위기는 얼핏 화기애애해 보였지만 사실 양국 간의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긴장 속에 이여송은 명나라 황제가 조선 왕에게 선물로 보낸다는 기이한 특산물을 내놓았습니다. 이름하여 '계충(桂蟲)' 계수나무 벌레였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계충은 몸에 좋고 오래 살게 해주는 신비한 식품이었으나 그 생김새는 정말 기괴했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검정의 오색 빛깔 몸통에 머리에는 귀가 무려 네 개나 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채로 먹어야 하는데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면 몸부림치며 기괴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선조는 이 살아 꿈틀거리는 벌레를 도저히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이여송은 너무나 태연하게 젓가락으로 계충을 집어 입에 넣어 오도독 씹어 삼켰습니다. 이 장면을 본 주변 명나라 장수들은 크게 웃었으나 조선 신하들은 얼굴이 붉어져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선조는 마지못해 떨리는 손으로 젓가락을 들어 계충을 맛보았지만 이여송은 그런 선조를 보고는 더욱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몰아넣는 기색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계충' 일화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명나라 군대와 조선 사이의 뿌리 깊은 문화적 차이 그리고 외교적 힘의 불균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전란 중에도 이런 희한한 에피소드를 통해 잠시나마 긴장을 풀려는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월감을 보이는 명나라와 체면을 지키려 애쓰는 조선의 미묘한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 군대를 '천군(天軍)' 또는 '천사(天使)'라 부르며 절대적인 도움을 받았으나 이여송 군대의 횡포도 적지 않아 조선 신하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재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계충' 이야기는 이러한 긴장과 인간적인 에피소드가 뒤섞인 당시 역사의 생생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논어에는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자왈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계충' 일화는 명나라가 조선의 문화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반대로 조선 역시 명나라의 의도를 완전히 헤아리지 못했음을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상호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일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