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통해 보는 오성과 한음] 28

28. 웃음 뒤의 진심

by sophia p

오성과 한음의 관계는 서로의 긴장을 풀어주는 유머와 날카로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지혜로 더욱 빛났습니다. 특히 한음이 역모 혐의에 휘말리자 오성은 기지를 발휘하여 왕의 의심을 한순간에 녹여냈습니다.


당시 한음을 향해 "이덕형(한음)이 인물됨이 뛰어나 임금의 재목감이 될 만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는 자칫하면 대역죄로 몰릴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말이었습니다. 왕인 선조의 귀에까지 들어간 이 말을 오성은 어떤 식으로 해결했을까요? 오성은 선조 앞에서 한음의 인물됨을 칭찬하면서도 "허나 이덕형은 용맹한 장수에게나 어울릴 법한 이마를 지녔으니 왕이 될 재목은 절대 못 됩니다"라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군주의 상을 논하는 자리에서 이마 타령이라니 얼마나 기가 막히고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을까요. 하지만 오성은 그 위험 속에서 재치를 발휘해 선조의 경계심을 풀어낸 것입니다.


선조는 이 말을 듣고는 그만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오성은 한음의 인물됨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왕의 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식의 해학적인 비유를 통해 선조의 불안과 의심을 재치 있게 덜어낸 것입니다. 이런 농담은 살얼음판 같던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게 했습니다. 왕조 시대 역모 의심은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였지만 오성의 기지와 선조의 웃음 덕분에 위기는 한풀 꺾였습니다. 심지어 선조는 이후 두 사람을 위해 술자리를 마련할 만큼 분위기는 유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유쾌한 웃음 뒤에는 깊은 슬픔과 억울함이 감춰져 있었습니다. 오성은 한음을 향한 역모 혐의가 실제가 아닌 당시의 현실적인 정치적 공작임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유머를 사용한 것은 단지 분위기 전환을 위함이 아니라, 사랑하는 동료이자 친구인 한음을 위기 속에서 보호하려는 필사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깊은 농담이었죠.


논어에는 "躬自厚而薄責於人 則遠怨矣(궁자후이박책어인 즉원원의)"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후하게 책임지고 남을 책망하는 데에는 박하게 하면 원망을 멀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성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동료인 한음을 지켜냈고 한음을 향한 의심의 원망이 더 커지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했습니다. 이는 동료를 향한 깊은 이해와 포용 그리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오성의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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