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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Aug 22. 2024

내 기분의 해답

변명 같지 않은 변명


몸이 아프다. 오른쪽 어깨에 석회가 있다는데 치료한 지 6개월이 지나도 완치가 되지 않는다.

주된 치료는 체외충격파와 물리치료들 (온찜질 - 전기파치료- 레이저치료-심부열치료)인데, 

체외 충격파라는 것이 너무 아프다. 몸 안으로 어떤 전기충격을 주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할 기분 나쁜 통증이 계속된다. 물론 치료시간이 10~15분 내외여서 견딜 수는 있으나, 치료받는 동안은 극심한 통증을 참느라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다. 고통의 강도가 아이 낳을 때만큼 이냐 묻는다면, 난 기꺼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1~3회 정도 6개월을 넘게 치료받았으나, 치료받은 다음날은 조금 호전되고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이 계속 반복이 되니 슬슬 짜증이 난다. 한 부분이 괜찮아지면 다른 부분이 아프고, 또 다른 부분이 괜찮아지나 싶으면 엉뚱한 곳이 또 아파온다. 통증의 강도는 줄지 않고 통증 부위만 달라진다. 하물며 어제는 치료받고 저녁부터 욱신욱신하더니 밤새 몸을 아무리 뒤척여도 통증을 줄이는 자세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밤새 씨름하고 나니 온몸이 다 아프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더운지.. 차라리 한바탕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좋으련만 애꿎은 천둥소리만 요란하고 빗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오전 내내 문을 열어 놓아서 매일 집안 곳곳을 닦아야 하는데, 오늘은 몸이 천근만근이니 짜증만 난다. 손으로 박박 문질러야 스트레스라도 풀릴텐데, 내 몸의 주요 도구인 오른팔이 아프니 그것도 쉽지 않다. 밀대를 들고 슬렁 닦으니 마음도 찝찝하고, 로봇청소기를 돌리려니 우리 집 강아지가 자꾸 방해를 한다. 방에 가두어 놓고 청소를 제대로 다시 할까 맘먹었다가 에이.. 그것도 다 귀찮아진다. 이래저래 소파에 너부러져서 책 읽다, 자료 스크랩하다 뭐 하나 뚜렷하게 마무리하는 것 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벌써 오후 5시다. 남편의 퇴근한다는 전화가 왔다. 벌써 하루가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늘어진 내 마음은 바싹 마르지 않은 빨래처럼 눅눅하고 기분 나쁘다. 차라리 날씨나 좋던가. 내 마음속 가득 찬 오늘 하루에 대한 패배감을 햇볕에 소독하고 싶어도 도와주지 않는다. 이쯤 되니 내 기분이 나쁜 것은 순전히 날씨 탓인 것도 같다. 오늘처럼 내가 계획한 일들이 차곡차곡 이루어지지 않는 날도 날씨 탓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가 내 몸을 더 게으르게 만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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