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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Sep 02. 2024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


올해 휴가도 역시나 캠핑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편이 장사를 해서 휴가가 길지도 않았고, 우선 쉬는 것이 급했기에 멀리 가는 것보다 가까운 캠핑장에서 한 이틀 퍼져있다가 오는 것에 만족했다. 캠핑카가 있기에 음식만 준비해 가면 하루종일 먹고 마시고 책 보고 티브이 보고 그러다 온다. 집에서 하는 짓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자연 안에 속에서 느끼는 휴식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올해 난  5일이라는 긴 시간을 캠핑장 안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캠핑 말고는 어떤 것에도 관심 없는 남편과 우리 집 반려견과 함께 여행할 생각을 하니 캠핑장이 최선의 선택인 듯하여 캠핑을 가는 것에 동의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우리의 휴가는 시작되었고 일상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흘러갔다. 아침, 점심, 저녁 시간 같은 것은 캠핑장에 오면 사라진다. 타프를 치고 캠핑장비들이  제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캠핑장의 시간으로 접속하게 된다. 오전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오후 늦게 까지 이어지고, 체력이 방전되면 다른 사이트의  장작 태우는 냄새를 맡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잠자리는 해뜨기 전에 몸을 깨우고 남들 다 자는 새벽에 또 아침을 먹는다. 캠핑 오면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그 나름의 매력이라 느끼고, 집에서는 모든 일이 내가 할 일이지만  밖에 나오면 음식 준비도, 정리도 남편이 많이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티브이 볼 동안 나는 책을 보기도 했고 우리 집 강아지는 새끼 때부터 캠핑장에 데리고 다녀서 나름 훌륭한 에티튜드가 생겼기에 성가실게 하나도 없는 휴식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이틀 지내고 집에 오니 이번에는 그렇게 시간이 아까울 수가 없었다. 치열하게 살 때에는 시간의 압박으로 벗어나고 싶었지만, 지금의 나는 휴가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에 왠지 모르게 그 시간이 남편에게 빼앗겼다는 억울함이 생겼다. 그러고는 곧, 여행 성향도, 시간을 쓰는 방법도 다른 남편과 굳이 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야 만다. 잇프피와 엔티제의 교집합은 공집합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관광지를 구경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행위를 함께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교감하고, 서로의 인사이트를 공감하며 나누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갔던 곳을 또다시 가더라도 그 전과는 또 다른 감흥을 느끼고 예전의 기억을 추억으로 상기시키는 작업이 더해져 또 다른 여행이 된다. 나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만큼 최대한의 경험을 가져오고 싶어 한다. 카페에 앉아있더라도, 그 커피숍의 분위기, 테이블에 앉은 빛의 색, 사람들의 말소리, 가게 안 온도와 냄새 등. 오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평소 내가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온몸으로 저장하려는 나와 반대로, 내가 같이 살고 있는 이 남자는 좋네, 별로네, 그 이상 그 이하의 표현도 없다. 관광지 투어는 애초에 관심도 없고 오로지 로컬 맛집만(증명이 안된) 들어가자고 한다. 블로그나 인터넷에 유명한 곳 따위는 관심도 없다. 마치 이곳에서 자기만 아는 식당을 개척하겠다는 일념하에 하루 세끼 먹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 그것도 꼭 허름한 식당이나 시장 안 같은 곳만 노린다. 리조트에 쉴 때에도 잠깐의 산책을 마치면 혼자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기에 바쁘다. "그럴 거면 해외에 왜 왔니?"라는 소리가 목구멍 밖으로 터져 나올 때쯤 얼른 자리를 피한다. 괜한 말다툼으로 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사실 이런 여행 스타일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난 늘 함께 여행하지만 오히려 외롭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몇 번의 다툼 끝에 서로 맞추기 힘들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제는 캠핑 이외의 다른 여행은 혼자 가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내가 항상 옆에 있어야 하는 이 남자는, 나 혼자만의 여행을 보내주지 않을 듯하다. 비행기 마일리지를 핑계로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나,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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