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첫 인연
우리 서비스의 첫 번째 고객은 내가 정말 아끼고 존경하는 분이다. 사업 수완이라는 게 있다면 저런 걸까? 전략을 짜고 실행하시는 모습이 마치 본능처럼 느껴진다. 어디서 과외를 받은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타고난 재능인 양 자연스럽다. 시장보다 반 발짝 정도 앞서 잠재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움직이신다. 이렇게만 말하면 그저 유능한 사업가처럼 들리지만 밝고 따뜻하셔서 같이 있으면 주변이 참 환해진다. 살만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리버블.
올봄에 처음 뵈었는데 가끔 만날 때마다 성장 속도가 무섭다는 게 저거구나 싶었다. 창업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공간을 다루는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이라 금세 가까워졌다. 첫 만남에서 무보증 매물 확보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셨다. 불과 6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 곳곳에서 2000여 개의 매물을 확보했고 곧 전략적 제휴를 통해 3만 여개 건물을 관리하실 계획이란다. 건물주 한 명 한 명을 설득해서 계약까지 가져가는 일이 보통이 아닌데 그 어려운 걸 힘을 모아 후다닥 해낸다. 말로만 듣던 J 커브를 가까이에서 보니 마음이 같이 콩닥거린다. 언빌리버블.
이런 팀에서 우리 팀의 서비스를, 그것도 가장 먼저 쓰시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주변에 소개해주실 만한 분이 계실지 여쭈려고 소개서를 보내드렸더니 선뜻 가입 방법을 물으셨다. 평소에도 팀원분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사무실도 구석구석 직접 같이 꾸밀 만큼 좋은 업무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관심이 많으셨다. 어머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PMF(Product-Market Fit)인가? 전설의 포켓몬을 잡은 듯 했다. 어쨌든 특별한 첫 순간이었다.
서비스 준비와 설치를 위해서 사무실에 방문할 때면 팀원분들도 그 특유의 따뜻한 아우라로 우리를 반겨주신다. 대표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분위기가 좋다는 게 물씬 느껴진다. 한 명 한 명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를 존중하면서 팀으로 일한다는 게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으로 보인다. Gen.Z라 불리는 연령대의 인원 비율이 높으면 조직이 동아리 같은 풋풋한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다. 내가 아는 엄한 말로 굳이 조립을 해보자면 영 에너제틱 프로페셔널이랄까.
어쨌든 우리 회사에서 사무실 공기 관리를 도와드리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 어디에 들어있는지도 몰랐던 필터를 깨끗하게 바꿔드리고 센서도 설치해드렸다. 공기질 센서에는 색으로 상태를 보여주는 표시등이 있는데 한동안 계속 주황색(2등급)이다가 이런저런 노력으로 처음 초록색(1등급)이 되던 날에 다 같이 모여서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해서 기분이 참 좋았다. 다른 여러 대표님들과 함께 가벼운 모임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우리 서비스가 정말 괜찮다며 진심 어린 칭찬을 해주셨다. 그 덕에 자리를 파하고 몇 분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고, 또 다른 고객들이 되셨다.
폭발적인 성장 덕에 지금의 공간이 너무 빨리 좁아져서 조만간 넓은 곳으로 옮기실 계획이라고 한다. 성장하는 고객 덕분에 우리도 같이 자란다. 훌륭한 경영진 분들이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돌보는 일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게 뿌듯하고 보람 있다.
내게 소중한 분이 아끼는 존재들이다. 그분들의 세포 하나하나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생성할 때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혈액 속에 있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실려 폐에서 날숨으로 뱉어져 나와 확산이 일어나고 센서에 감지되어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 뒤 통신망을 타고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전달된 데이터를 우리 팀에서 분석한다. 물리적인 현실 세계가 디지털 세계로 연결되는 이 흐름을 떠올리고 있자면 아주 변태 같고 짜릿하다!
사실 공기라는 게 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구체적인 실행까지 옮기는 리더가 있다는 게 일견 그 조직의 훌륭함을 보여준다는 생각도 든다. 마치 성공의 부적처럼 우리 서비스의 아이콘이 붙어있으면 이 회사의 리더십은 훌륭하고 구성원들은 무척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걸 알려주는 좋은 시그널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팀도 꿈이 큰 데 성장, 전략, 마케팅과 브랜딩 경험이 아직 부족한 게 너무 아쉽다. 훌륭하신 분들을 더 모시기 전까지 우선 글로, 말로 계속 같이 배우고 있다. 일단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한다. 진심으로, 똑똑하게 마음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