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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스트 Jan 12. 2017

'더위'냐 '모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5화. 왔노라, 더웠노라, 물렸노라

외출했다가 저녁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자취방으로 돌아오니 방문 앞에서 '서'군이 낑낑대고 있다. 뭐하냐고 물었더니 모기나 벌레가 너무 많아 모기장으로 방문을 막는다고 했다. 한 가지는 이해가 갔고 하나는 이해가 안 갔다.


이해가 간 것

6월이 넘어가면서 자취집 뒤에 있던 야산에서 출몰하는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는 강력한 모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리 많이 달린 것과 날개 달린 것들이 우리의 자취생활에 동참하기 시작했던 것이기에 우리의 스위트룸을 지키기 위한 방비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했다.


이해가 안 간 것

근데 이 놈은 방문을 모기장으로 막고 있으면서 왜 우리도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막으면 우린 어떻게 들어가?'

라고 묻고 싶었지만 너무나 열심히 하는 녀석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잠시 기다려주었다. 


담배 한대 물고 뒷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여지없이 모기떼가 내 뺨 근처에서 희롱하며 다닌다. 모기들이 B형 피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하필이면 내가 B형이람.. 모기도 모기지만 날씨가 벌써부터 미쳐 날뛰려나보다. 더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고민이 된다. 자취집은 단층 건물인데 아주 오래전에 지어진 것처럼 보인다. 아니, 그냥 보면 안다. 아마도 콘크리트 구조물에 바탕면은 미장을 발라 마감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벽체는 푸석거린다. 모르긴 몰라도 방사선 동위원소 시험을 해서 임진왜란 즈음에 지어진 것이라고 결과가 나와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이는 건물이다. 그나마 비올 때 지붕에서 비가 새지 않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임진왜란 즈음에 있었던 조선시대 건축 장인들에게 감사를 해야 하나? 


손바닥만한 창문으로는 찜통 같은 방 내부의 열기를 내보내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는 것만큼 어려울 것 같고 집 방문을 열자니 모기떼를 비롯한 머리, 가슴, 배로 나뉘는 생물 떼들이 내 방안에서 밤마다 캠프파이어하고 파티하는 꼴을 봐야만 할 것 같다. 


더위냐 모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집이 거지 같으니 이런 고민도 하게 된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시원하고 벌레 안 나오는 집에서 살아야지 하고 이때 다짐했는데 아직까지 이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여하튼,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서'군이 외친다.

"다 됐다!"


문 입구 쪽을 바라보면서 다시 내가 말한다.

"우리 어떻게 들어가?"


'서'군은 입구를 틀어막은 모기장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더니 중얼거리며 다시 모기장을 뜯었다. 아마도 그 중얼거림은 쌍욕이었을 것이다. 이 날밤도 우리는 더위와 모기 두 마리 토끼를 다 껴안았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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