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야
Dear MySelf
아마 갓 서른이 넘은 해 였을거야.
오빠가 헤어 왁스를 들고 가서 불같이 화를 내던 날이 생각나.
그날은 면접을 보러 가려고 단장하는 중이었지.
인생의 진로를 바꿔보겠다고 학원 강사를 관둔 뒤, 야심 차게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했었지.
딴에는 엄청 큰 결심이었는데 막상 시험에 합격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당장 스스로 고정 수입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영업의 초짜인 내가 인센티브만 받는 부동산 중개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계획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낙담하고 있을 겨를은 없었어.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을 시간도 내겐 사치였거든.
어쩔 수 없이 다시는 하지 않겠다던 학원 강사 면접을 보게 되었어.
경력직으로 가려면 그것밖에 안되더라.
가기 싫은 마음을 붙잡고 억지로 면접용 단장을 하는데 오빠가 내 헤어 왁스를 들고 가버린 거야.
말도 없이.
지금도 그때의 기분이 생생해. 무슨 대단한 도둑인 양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는 날 보며 가족들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어.
내가 생각해도 미친 X처럼 그동안 쌓였던 분노와 짜증이 활화산처럼 폭발해 버렸어.
나는 열심히 사는데, 여전히 내가 노력만 하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었는데
다시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은 그동안 내가 한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 같아 그렇게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어.
좌절하고, 분노하고, 실망해도 다시 일어서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 내가 더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
조금 더,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지만 다람쥐 쳇바퀴 안을 구르는 것 같은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더라.
내가 더 잘하려고 할수록 이상하게 행복은 더 멀어지더라고.
근데 행복이 뭔지는 알아?
왜 행복해지려고 해?
불행해질까 봐?
내가 너에게 한 가지 확실하게 얘기해 줄 수 있는 건,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야.
행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나만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더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지?
별일 없더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걸 시작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짓은 그만해도 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거기서부터 출발이야.
카프카의 생각. http://aladin.kr/p/0UnGB
이 책은 카프카의 말들을 담은 잠언집이야. 주제별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편집상 그렇게 분류한 거고, 그냥 카프카의 생각들이라고 보면 돼.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그냥 필이 꽂히는 부분에 밑줄 치고, 써먹기 좋은 구절들이 많아.
내가 요즘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생겼거든?
카프카의 말 중에 한 구절을 애플 펜슬로 써 봤어. 펜으로 직접 종이에 쓰는 것도 좋은데 아이패드는 맘대로 지울 수 있어서 편해.
계속 연습해서 내 생각도 캘리그래피로 쓰면 그럴듯해 보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