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니고 있는 요가 워크샵의 이름은 '버티는 몸'이다. 이 워크샵은 진도도 빠르고 강도도 세다. 원래 60분이지만, 어떤 날은 70분이나 80분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어쩐지, 못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공기가 스튜디오 전체를 휘감아서 모두들 할 수 있는 한 버텨보게 된다. 아무래도 버티는 몸을 배우고자 모인 사람들이니까.
지난 화요일 수업 후 팔이 계속 아팠는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날은 어쩌다 보니 혼자 수업을 받게 되어서 선생님의 1대 1 마킹을 받으며 평소보다 더 깊은 동작을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 순간의 기억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수업 때 팔이 아팠던 이유를 알았다. 바로 이 지옥이었구나.
그리고 오늘은 마침내 수업 도중에 울 뻔했다. 서 있는 다리는 떨리고, 뻗어낸 다리는 곧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앞에 한 동작 때문인지 허리도 아픈 것 같았고, 이대로 지속해도 될지 불안했다. 약간 과장해서 생사를 넘나 들었지만, 누워서 사바아사나를 마치고 나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개운했다. 방금 전까지 몸이 바스러질 것 같았는데, 심지어 작년에 허리디스크로 앓아누웠던 그 몸으로 여기까지 오다니, 사람의 몸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
집에 오는 길에 화요일의 수업을 생각했다. 일요일부터 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힘들었고, 심지어 오랜만에 밤샘 작업까지 하고 잠을 거의 못 잔 상태였다. 마음이 약해져서, 그날은 유난히 동작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역시나 못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공기였고, 혼자여서 더더욱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버티며 수업의 후반부에 이르니 안 되는 동작을 계속 다시 도전하는 내가 있었다. 무려 여섯 번을 실패했지만 매번 조금씩 나아졌다. 그리고 일곱 번째로 "다시 해볼게요."라고 말하던 순간, 마음속에 엉켜 있던 무언가가 스르륵 풀렸다. 물론 일곱 번째도 실패했지만, 그 감각을 기억하고 다음번에도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힘들게 수업을 마치고 나니 어쩐지 몸이 개운하고 힘이 나서, 집까지 5km를 걸어왔다. 밤바람이 시원하고 좋아서인지, 마음이 편안해져서인지 그날 밤은 모든 게 공기처럼 가벼웠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마음도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닥으로 가라앉아 있어도, 건드리면 무너질 것처럼 연약해지더라도, 버티면 언젠가 괜찮은 순간이 온다.
오래전, 그림이 늘지 않아 고민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원래 그림 실력은 계단식으로 상승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한동안 비슷한 느낌으로 헤매다가, 어느 날 갑자기 허들을 뛰어넘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거짓말 같았지만 달리 도리가 없어서 매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정말 어느 날 눈에 띄게 실력이 늘었다. 아직도 뭔가가 오랫동안 풀리지 않을 때에는, 그해 수많은 여름밤 붓을 들던 감각과 가려던 방향을 기억한다.
요즘 계속 생각하는 거지만, 확실히 버틴다는 건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다. 완전히 놓아 버리지 않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바라보며 남아 있는 작은 힘을 그러모아서 마음의 등을 밀어주다 보면, 꿈쩍도 않던 것이 어느 날 조금씩 움직이는 걸 발견하게 된다. 버티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목적지에 대한 욕망을 슬며시 잊는데, 움직이는 순간은 바로 그런 때에 성큼 다가온다.
그리고 몸과 마음은 같이 버틴다. 하나로만 생을 버텨낼 수는 없다. 나는 가라앉은 마음을 건져 올리는 데에 집중하느라 몸을 잊었고, 반대로 몸에 집중하며 마음을 잊는 사람도 있었다. 밸런스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원래 사는 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걸 인정하면서, 매번 자기에게 맞는 균형을 찾아가는 줄타기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기울고 흔들리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 오히려 가벼워진다. 균형이란 건 어쩌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짝 흔들리며 만드는 빈 공간 어디쯤에 있는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강해요.
자신의 강함을 느끼는 날들이 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