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들의 시위

시-신미영

by 신미영 sopia

그곳에서 시위가 일어나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부모님 소일거리로 시작한 밭농사


자식들 먹일 것 챙겨 주신다고
감자 캐서 한 박스 갖다 주셨다
잘 먹겠다고 덥석 받아 뒷 켠에 밀어놓고
몇 번 삶아 먹고는 까맣게 잊고 지냈다

대청소를 하다가 박스를 열어 본 순간
가지 세우고 시위하는 감자들
몇 날 며칠 반상회라도 했는지
일제히 손을 뻗어 내 허벅지 잡는다


언제 관심이나 주었냐며
마음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다가
땀 흘려 농사지으신 부모 공도 모르고
이런 구석에 쳐 박아 두느냐고 호통을 치듯이

그동안 얼마나 두드렸을까
얼마나 소리 질렀을까
기력이 빠져서 쪼글쪼글해진 몸
나를 보자 푹석 주저앉는 그들을 보며
머리가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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