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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May 04. 2021

영화 리뷰- 《 가버나움 》

2019년-126분 / 감독 나딘 라바키/ 출연-자인 알 라피아

{가버나움}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영화배우들이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현지인을 캐스팅하여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형식에 스토리를 추가하여 강한 메시지를 주었다. 레바논의 가난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영화의 내용은 허구임을 밝힌다. 그곳에 12살 자인이 출생기록도 없이 살아오다 루미 소년 교도소에 수감 중 자신의 부모를 고발하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영화이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부모를 고발하겠다는 내용을 생방송 중에 전화로 한 것이다. 12살 아이가 무엇 때문에 부모를 고발하게 되었을까?


이곳은 레바논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우리나라 60년대 전후를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허름한 집들과 표정 없는 사람들의 모습, 한 방에 8명이 한꺼번에 잔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보고 배우고 자란다.  그런 아이들에게 오랜 전쟁은 나무로 총을 만들어서 총 쏘는 놀이를 하고 서슴없이 담배를 피운다. 그들은 부수고 쏘는 것이 생활이자 놀이였다.


소년 손목에 수갑을 찼다. 밖에는 취재기자들이 많다.  인은 사람을 찌르고 루미에 소년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런데 생방송 중에 부모를 고소한다면서 전화를 했다. 자인의 부모 셀림, 수아드는 다들 자기들을 우습게 볼 거라며 철없는 짓으로 교도소에 온 아들 자인을 책망한다. 자인은 출생증명서가 없어 나이를 정확히 알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략 12살로 추정한다.  


자인은 학교도 안 나니고 동네 조그만 가게에 나가 일을 거들어 주고 먹거리로 품삯을 받는다. 그에게는 6명의 동생 중에 11살짜리 여동생 사하르가 있다. 평소에 엄마, 아빠의 심부름이라고 약국에서 약을 타다가 가루를 물에 풀어 특제 스라며 판다. 또 각종 야채를 조각내어 컵에 담아 팔기도 한다. 또 엄마와 함께 약을 가루를 내어 빨래를 할 때 넣어 수감 중인 사촌 형에게 가져가 팔기도 한다.

하루는 야채 비트 스를 팔다가 동생 사하르 바지에 피가 뭍은 것을 보고 빨아 준다. 앞으로 들키면 다른 사람에게 부모가 시집을 보낼 거라고 주의를 준다. 그리고 일하는 가게에서 생리대를 훔쳐 사하르에게 갖다 준다. 가스탱크 배달도 하고 무거운 야채를 계단을 오르며 배달을 한다. 어린아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를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부모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엄마는 잔뜩 물건을 받아 오기 때문에 자인을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는 딸 사하르를 자인이 일하는 가게 주인에게 시집을 보내려 한다. 이유는 나이가 많아도 돈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인은 비닐에 사하르의 옷을 싸서 멀리 보내려 하지만 실패를 하고 만다. 가기 싫다고 뿌리치는 사하르를 업고 자전거에 태워 가버리는 아버지를 따라가지만 역부족이다. 자인은 벽을 치며 반항한다. 그리고는 짐을 사서 가출한다. 할머니 댁에 가려고 버스를 다가 옆에 타워 맨 옷을 입은  할아버지를 따라 중간에 내린다. 그곳에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다가 에티오피아의 불법체류자 라힐을 만나게 된다. 라힐은 식당에서 일하며 젖먹이 요나스를 키우고 있다.

라힐은 요나스를 숨기기 위해 가방 속에 데리고 다닌다. 그리고  화장실에 놓고 젖을 먹이곤 했으나 자인에게 맡기고 출근한다.  자인은 요나스를 돌보고 놀아 준다. 라힐은 체류증이 기간이 임박해 오자 가짜 체류증을 만들려고 하지만 돈이 부족해 불안해한다. 당국에서 알면 둘 다 추방이라면서 요나스만 넘겨주면 체류증을 만들어 주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러다 결국 라힐은 당국에 붙잡히고 만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라힐을 기다리던 자인은 요나스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그러다 시장에서 꽃 파는 소녀를 알게 되면서 스웨덴으로 가서 살게 될 꿈을 꾼다. 그래서 요나스를 맡기고 서류(출생 신고서)를 가져오면 돈을 준다는 말에 집으로 오게 된다. 그때 부모로부터 자인뿐만 아니라 여동생 사하르의 서류도 없었음을 듣게 된다. 임신한 사하르가 병원 문턱에서 죽었다는 것도 출생신고서 서류가 없어서였다. 자인은 이때 칼을 갖고 나가서 어떤 이를 칼로 찌르게 되고 수감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자인의 엄마는 사하르가 병원 갔을 때 당시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병원문턱에서 서류가 없어 사하르를 받아주지 않아서, 먹을 게 없어서 설탕물 먹이는 심정을 알겠느냐고 말이다.


자인이 수감하고 있을 때 엄마는 사탕을 가져왔다고 말하면서 엄마한테 왜 이렇게 화가 났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신은 하나를 가져가면 하나를 돌려준다며 다시 아기를 가졌다고 말한다. 자인은 그 말을 듣고 "그 말이 심장을 찌르네요, 다신 여기 오지 마세요"라고 심정을 토로하듯 말한다. 그러다가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고 생방송 중에 전화를 한 것이다. 가난과 부모의 무지 속에 성장한 12살 소년 자인의 절규였다.


"애들을 돌보지 않는 부모가 지긋지긋해요. 여기서 제가 얻는 게 뭐죠? 발길질당하고, 욕먹고 얻어 맞고, 사슬과 호스나 허리띠로 맞고 제가 듣는 말이라곤 꺼져~ 사는 게 개똥 같아요. 신발보다 더러워요. 사는 게 지옥 같아요~ 불속에 구워지는 것 같아요.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었어요. 하지만 신은 그걸 바라지 않아요. 우리가 바닥에서 짓밟히길 바라죠. 뱃속의 아기도 나처럼 될 거예요. 부모에게 바라는 건 애를 그만 낳게 해 주셔요."


후에 자인은 사진을 찍는다. 영정사진이 아닌 첫 신분증의 사진을 찍으며 씩 웃는다.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전전하던 중 시리아 난민으로, 베이루트 지역에서 케스팅 됐다 '가버나움'의 칸 영화제 추천 후에 자인과 가족들은 유엔 난민기구의 도움을 받아 2018년 8월, 노르웨이에 정착했다. 현재 14살이 된 자인은 생애 처음으로 학교에 다니게 됐다. 요나스를 연기한 트레저와 가족들은 불법 체류 중이던 레바논을 떠나 케냐로 돌아갔다.

트레저도 곧 학교에 다닐 예정이며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하르와 메이 소운 역을 맡은 시드라와 파라는 베이루트 거리를 벗어나서 유니세프 특별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며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했다.


올레 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다. {가버나움}은 갈리리 호수 북쪽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도시이지만 무질서하게 쌓인 물건을 말한다고 한다. 세상은 오랜 전쟁과 가난으로 소한의 인간이 누려야 할 것들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어느 곳은 넘쳐나는 물건들로 오히려 부작용이 있고, 어느 곳은 가난으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지구촌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삶이 균형이 잡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인간이 갖고 있는 욕심 때문이 아닐까? 이영화로 가난과 전쟁에 대해서 그리고 삶의 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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