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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Apr 29. 2021

영화 리뷰 - 《 내일의 기억 》

일본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 2007. 10 / 와타나베 켄

주인공 사에키 마사유키 ( 와타나베 켄)  /  사에키 에미코( 히쿠치 카나코)


우리는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차곡차곡 쌓으며 살아간다. 가끔 그 기억을 떠 올리며 이야기도 나누고 행복해하며 지내곤 한다. 그런데 그 기억이 하나 둘 없어진다면,  그래서 나중에 어제를 기억을 할 수 없다면 어떨까?  기억을 못 한다면 주변 사람들과 소통도 어렵고 일상생활을 하기가 무척 불편할 것이다. 그러기에 우린 기억이 오래가도록 가끔 되짚어 보고 점검을 하기도 한다.


이영화는 2007년에 개봉된 일본 영화로 49살의 사에키가 차츰 기억을 잃어 가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갈등을 그린 영화다. 이야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그때부터의 내용이 전개된다. 주인공 사에키는 잘 나가는 광고회사의 부장으로, 한가정의 가장으로 또 남편으로 전혀 생각지도 않는 알츠 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그와 가족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기에 사에키도 처음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 잊어버리는 일이 생기고, 회사에서도 실수를 하게 되었다. 부인은 사에키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그는 처음에 별일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고 그냥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실수라고 여겼다.


그는 광고회사의 부장으로 남보다 돋보이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일중독의 사람이다. 그래서 완벽해야 했으며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가 건강에 이상 징후가 보이고 실수하는 일이 잦아진다. 외동딸 남자 친구와 만나러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시간에 늦고 식사 후에도 이야기를 나누고 해야 하는데 한쪽에서 졸고만 있다.


휴대폰 고리도 꿰지 못해 헤매고, 중요한 미팅을 까맣게 잊고 회사 상사에게 사과를 한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예의가 밝아 그런지는 몰라도 인사가 마치 90도 가까이 인사를 한다. 그게 일본의 인사법인가 보다. 그는 같은 물건을 계속해서 사는 남편을 이상하게 여기는 에미코를 따라 병원을 간다. 설문조사를 하는 의사에게 처음엔 뭘 이런 걸 물어보나 하는 표정으로 쳤다 본다. 그런데 그가 야채 이름이나 물건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러다 회의 때 불안한 증상과 멍한 상태를 이상하게 생각하여 다시 병원을 가게 되고  알츠 하이머 초기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알츠 하이머(치매)는 뇌에 산소가 떨어져 색깔이 파랗게 변하고 위축이 되어 기억이 차츰 상실되어 가는 증상을  말한다. 그는 알츠 하이머라고 의사가 말하자 "그건 노인병이잖소?" 하며 가당치도 않다는 듯 말한다. 그렇치만 책으로 그 병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마트에서 술을 사서 계산도 안 하고 나가다가 걸리기도 한다.


다시 병원을 찾은 사에키는 젊은 의사를 불신하고 옥상에서 자살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그는 점점 자신이 없어지면서 에미코와의 갈등이 깊어진다. 에미코는 직장에만 전전긍긍하느라 그동안 가정에 소홀한 그래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다. 특히 딸을 키우고 힘들었을 때 가장의 부재에 대해 토로하지만 그래도 그를 지켜 줄 거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사에키는 에미코와 공방에 다니면서 나름 재미를 붙이며 살려고 한다. 그는 에미코와 데이트를 할 때 함께 도자기를 굽는 것에 취미를 가졌던 것 같다. 2004년 가을에 딸이 결혼을 하고 손녀도 태어났다. 그는 점점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서 실수를 하게 된다. 회의 장소를 여직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찾아간다. 그는 결국 26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이때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이 된 사에키는 주변에서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느낀다.


그는 딸 결혼식에 써둔 원고를 잃어버리고 와서 불안해하고 겨우 인사를 한다. 그 후 손녀 메부키가 태어나고 이듬해 가을 첫돌 축하를 한다. 광고회사는 기가 포스로 대성공을 이룬다. 그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2007년 에미코가 친구와 저녁 먹고 늦게 온날 그는 문밖에서 기다리다 의심하면서 화를 낸다. 그가 이혼해 달라고 하자 에미코도 뛰쳐나와 울다가 별을 보면서 마음을 추스른다. 사에키는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일기를 쓰고 메모를 했다.


어느 날은 그는 내가 살아있는 게 짐이라면서 끝내고 싶다고 한다. 그러자 에미코는 울면서 딸이 시험에 떨어진 것과 자전거 타다가 다쳤을 때 사에키가 밖에서 술 마시고 돌보지 않았음을 토로한다. 이때 접시로 부인 이마를 내리치자 피가 흐르고 그는 괴로워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신주쿠  아스나로 환자 요양소를 찾아간다. 둘러보고 나오는데 직원이 부인이 들어오는 걸로 착각하자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는 돌아오다가 에미코하고 둘이 연애할 때 그랬던 것처럼 큰 정종을 사서 산보를 간다.

젊은 에미코가 손짓하는 유혹에 이끌러 산으로 들어간다. 산 안쪽에는 젊은 시절 도자기 수업을 받았던 곳이고 거기서 다시 당시의 도자기 선생님과 장작으로 불을 피우며 하룻밤을 보낸다.  젊은 에미코와 도자기 선생님을 본건 모두가 사에키가 그려낸 환상이었다.


이튿날 에키는 정신을 차려 장작불을 뒤져 도자기를 찾아 내려오다가 에미코를 만난다. 그런데 부인을 못 알아본다. 마치 전혀 모르는 사람 대하듯 역까지 같이 가자며 둘이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에미코를 새긴 찻잔을 비춰주는 것으로 ~


첫 시작의 화면은 2010년이라고 했다. 거실 한편에 의자에 앉아 있는 사에키의 모습과 손녀 메부키의 달라진 사진을 액자에 붙여서 그가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러고 나서 석양을 바라보며 미코가 차를 마시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러니까 사에키는 알츠 하이머가 더 진행이 된 상태고 그때까지 에미코와 지낸 것으로  보여준다.


제법 시간이 흐른 영화지만 섬세하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흐름과 구성, 그리고 영상미도 모두 좋았다. 주인공 에키와 에미코의 연기 호흡도 잘 맞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알츠 하이머 환자가 보여주는 행동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리얼하게 보여 주었다. 사에키가 기억을 잃어가는 몇 년을 관찰하듯 무덤덤하게 보여 주지만 곳곳에서 감정을 복받쳐 오른다.


사에키의 리얼한 연기와 에미코의 담백한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사에키의 큰 눈에서 눈이 빨갛게 되면서 눈물이 흐를 때는 같이 울게 된다. 그리고 현모양처 같은 모습에 갸녀린 에미코가 사에키에게 아빠의 부재에 대해 적나라하게 말할 때 시원하면서도 아주 애처롭게 느껴져 가슴 한쪽이 시릴 정도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엔 자신의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어 부정한다.  갈수록 기억은 점점 없어지고 성격도 예민해진다. 서로 힘들고 불안한 생활을 이어간다. 치매는 어떤 병보다 무섭다. 몸은 멀쩡하지만 기억을 잃어 가므로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다. 누군가는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갈수록  멋대로 행동할 수도 있고 폭력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이 있는 것조차 위험하다.


근래에 들어서 나도 기억력이 많이 감퇴하고 있음을 느낀다. 사에키가 디카프리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그럴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휴대폰에 일자별 알람을 해놓지 않으면 약속이나 일정을 아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번에는 만났던 사람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수첩을 찾아보고서야 이름이 기억이 나기도 한다. 혹시 치매의 전조증상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영화를 보고 좀 더 알츠 하이머가 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츠 하이머(치매)는 남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인은 일어나 잠들기까지 온갖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다른 어떤 병보다 가족들과 지내기가 힘든 것이 치매이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치매는 노인의 병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젊은 사람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젊은 나이일수록 진행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우리 모두 좀 더 여유를 갖고 생활하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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