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by 신미영 sopia

성모님, 자비의 어머니,

지금 우리의 사랑과 믿음은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각자가 따로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니 마음 일치를 이루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성모님께서 저희가 서로 불신하거나 갈라서지 않도록 예수님께 전구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사랑하는 성모님

저는 남편과 함께 2019년 여름 38일 일정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몇 년 전부터 꼭 가보고 싶어 했기에 기대와 설렘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발하려니 낯선 땅에서 잘 찾아갈 수 있을지, 또한 800km를 잘 걸을 수 있을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목적지까지 두시간이면 가는 길이 몇 배가 멀게 느껴졌습니다. 몸은 풀리지 않았는데 오르막을 계속 가야 했습니다. 괜히 다른 길로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이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어떻게 끝까지 걸을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메세타 고원을 걸을 때 숨이 턱턱 막히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심하게 타들어 가는 갈증과 지친 몸은 발걸음을 내디딜 힘조차 없었지요. 그때 손에 잡은 묵주가 용기를 주었습니다. 성모님께서 임신한 몸으로 엘리사벳을 찾아갈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더구나 유다 산악지방을 삼일 밤 낮 혼자 걸었던 성모님에 비하면 ‘우린 괜찮다’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을 때 주님께서, 성모님께서 내 안에 계시고 동행하심을 체험하였습니다.

성모님, 순례 일정이 빠듯하여 우리는 매일매일 목적지까지 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걸었고 쉴 틈도 없이 앞으로만 갔습니다. 그런데 순례길에 있는 베네딕도 수도원의 한국 신부님께서 저희를 멈추게 하셨습니다. 무조건 걷는 것보다 알고 걸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신부님 말씀도 듣고 왜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걸으면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묵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같은 길을 걸어도 느낌이 많이 다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선택해 부르셨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우리가 걷다가 길을 헤맬 때도 누군가 나타나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수호천사가 지켜보고 있다가 도와주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강렬한 태양 아래 지루하게 길을 걸을 때는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정해진 목적지가 있었기에 참고 견디어 냈습니다. 산티아고의 입성은 그야말로 감동이고 환희였습니다. 그동안의 힘듦과 노고는 충분히 보상을 받았습니다.

어머니 성모님~~ 주님께 가는 길도 이런 여정이겠지요? 지금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고달퍼도 우리는 이겨 낼 수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에 지금의 걱정이나 힘듦 그리고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분을 믿고 가야 하니까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산티아고 입성이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기쁨과 환희로 저희를 만들어 놓았던 것처럼, 주님께 가는 그 길의 끝에 참된 기쁨과 환희가 있음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그 행복을 알기에 우린 지금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견딜 수 있습니다.

어머니,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경기도 침체 되고 모두 힘들어합니다. 얼른 마스크를 벗고 밝게 웃고 떠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음껏 손도 마주 잡고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함께라면 우린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어머니처럼 편안하고 지지해주고 기댈 수 있는 성모님이 계시니까요. 늘 성모님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성모님, 사랑합니다.


2021년 5월 7일 성모의 밤에

신미영 미카엘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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