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걷지 않고 쉬면서 미사와 기도 그리고 신부님께 좋은 말씀을 듣기로 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의 쉼과 휴식을 위해 라바날 델 까미노에 멈추기로 한 것이다.베네딕도 수도원으로 아침 기도와 미사를 다녀왔다. 우리가 묵고 있는 알베르게 내부 청소를 해서 짐을 안쪽으로 들여놓았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청소하고 소독하기 때문에 비워 줘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만 작은 가방에 담아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했다. 사람이 살지 않은 빈집들도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마을과 비슷하다.
순례자들이 떠난 마을은 조용하다. 돌로 된 담장들이 무너진 곳이 여러 곳이있었는데그것마저도 정겹게 느껴진다. 하루도 빠짐없이 걷다가 오늘은 여유롭게 동네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돌담 위로 떨어진 사과와 담장 옆에 피어 있는 꽃도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작은 마을이라서 좀 다녀보니 더 갈 곳이 없어알베르게로 돌아와 머리 염색을 했다. 그런데 좀 어두운 곳에서 하다 보니 같은 걸 섞어 머리 염색이 되지 않았다. 다시 약을 섞어 염색하고 보니 머릿결이 상할까 봐 염려되었다.미카엘도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기르던 수염을 정리해서 좀 깔끔해 보인다.
우리가 머무는 알베르게 바에서 뽈보를 판매한다고 아저씨가 문어를 삶고 있다. 둥근나무 접시 크기에 따라 10유로부터25유로까지다. 우리는 10유로를 내고 맛을 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문어가 연하니 맛있다.뽈보는 삶은 문어를 알맞게 썰어 접시에 담고 소금과 올리브유,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인데, 크게 요리라고 할 건 없는 듯하다. 그런데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인기 좋은 메뉴라고 한다. 뽈보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동네 사람들을 보니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베네딕도 수도원 성당은 1000년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베네딕도 수도원에 갈 때마다 촛불을 봉헌했다. 오후 4시 30분에 다시 끌레멘스 신부님과 네 사람이 만나기로 해서 집무실로 갔다. 야고보 성인의 생애와 산티아고 성당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에 관해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왜 걷고 있는지 몰라도 꼭 알게 될 것입니다. ” 라고 말씀해 주시면서 산티아고 관련 이야기를 해 주셨다.7시 저녁기도에서 미카엘이 한국말로 독서를 봉독하였다. 신부님은 기도 후에 다시 야고보 성인에 관련된 말씀을 해 주셨다.
저녁은 한국에서 온 회계사 김희재 청년과 산티아고 도착 후에 여운이 남아 역주행하는 문석진 청년과 저녁 식사를 했다. 알베르게에서 음식을 주문해 계란과 김치, 돼지고기, 토마토, 양상추 샐러드와 와인으로 만찬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었다. 역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는 즐겁다.
좀 쉬고 나서 9시 30분 순례자를 위한 기도에 참여했다. 오늘은 알베르게와 성당 주변을 돌아보며 지인들에게 안부도 전하고 많은 것들을 정리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이곳에서의 하루가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