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신미영 sopia
Jun 18. 2021
책 리뷰 - { 기획자의 습관 }
홍익출판사 2018년 8쇄/ 최창순 / 295page
<기획자의 습관> 저자 최창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플럭스 엑스 전략 자문위원 이사다. 고려대 언어학을 전공했고 기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유수 기업의 브랜드 전략 및 철학, 네이밍, 디자인, 인테리어 , 마케팅 등을 컨설팅해 왔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GUCCI, 인천공항, CJ를 브랜딩 했다. 2017년 <본질의 발견>을 썼다.
저자는 이 책의 일러두기에서 구어체를 적당히 섞어 썼다고 밝힌다. 그리고 생활하고 공부해온 작지만 반복적인 습관들을 기록해 두었다. 각 습관을 기록할 땐 필요시 인문학적인 관점을 먼저 설명했다. 문장을 인용할 경우 가급적 국내 번역을 인용했으나,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원문을 게재하고 직접 번역했다. 기획을 위한 저자의 습관을 소개하면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인문학 분야의 담론들을 소개했다. 심화학습을 원하는 독자를 위해 원문이나 인용 출처를 본문 또는 각주에 표기했다.
우리는 생활을 디자인하며 살아간다. 단돈 만원으로 장을 볼 때도 기획을 하게 된다. 라면 한 봉지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순식간에 기획자로 변신한다. 기획은 언제나 우리 일상에 있다. 일상을 재발견하고 디자인하는 데 매번 절차나 공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기획자의 머릿속에 섞여 있는 다양한 맥락과 정보, 즉 의미를 지닌 기호들이 어우러져 갑작스레 기획의 단초가 떠오를 때도 많다. 이 책은 기획의 방법론이나 공식을 달달 흉내 내봤지만 막상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누군가를 위한 책이다.
기획은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부터 출발
사실 기획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곧 기획이다. 기획은 '어떻게 하면'이라는 방법(How)의 차원과 '되지?'라는 '효과 (Effect )'의 차원을 동시에 담고 있다. 원하는 결과를 먼저 정하고 그것이 효과로서 나타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획은 기획자들에게나 필요한 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매일 기획하며 살아간다. '점심은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기획이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고도의 기획 과정이다.
시선은 언제나 깨어 보는 것에 민감해야 한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살필 줄 아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관찰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변화의 지점이다. 무엇이 그대로 있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파악해내는 관심이 필요하다. 외부의 변화를 파악해야 그에 적응하기 위한 나의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내 상태를 파악해야 외부 환경에 맞출 수 있는 자기 역량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찰의 원심력과 구심력은 팽팽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 관찰의 끝에 매달린 기획력은 보다 안정적인 궤적을 그려갈 수가 있다.
주변 관찰과 메모 습관을 갖자
무언가 거리에서 영감을 얻고 관찰하고 싶다면 일단 차를 두고 나와야 한다.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이어폰은 끼지 않는다. 거리의 소음 역시 중요한 단서다. 버스, 택시의 경적, 자전거 벨소리, 사람들이 걸으며 내는 발소리, 부딪힐 때 미안하다는 말, 택배,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 소음, 경찰차 사이렌, 사람들의 대화, 물건을 사라고 외치는 호객꾼의 목소리, 브랜드 매장별로 외부에 관심을 끌고자 틀어놓은 음악 등 모든 것이 거리의 소음을 이룬다. 길거리는 무정형의 오케스트라다. 그 소음들은 거리에 활력을 준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필요한 경우, 대화 중간중간에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이렇게 하면 상대가 말하는 핵심을 명확히 정리할 수 있고 대화가 끝났을 때 요약이나 회의록도 빠른 속도로 작성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이미 상대방의 말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기록하며 말하는 습관은 권장할만하다. 주의사항은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기록은 꼭 글로만 하는 게 아니다. 사진이나 메모장, 음성 녹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다. 기록을 위한 사진은 굳이 화질 감이 좋지 않아도 되니 재빨리 찍고 올 것, 종종 제재를 당해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자의 생활과 인식 태도에 대해
기획자의 생활은 다소 피곤하다. 남들이 고민하지 않는 것을 하고, 그 고민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전략적 논리가 탄탄하고 케이스 스터디를 차근차근했다 해도, 마지막에 보여주는 비즈니스 모델, 브랜드 네임, 디자인, 마케팅 프로그램, 광고 시안, 상품 아이디어 등이 시선을 끌지 못한다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새로운 기획을 내보이려면 세상을 낯선 존재로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긴장감 속에서 관찰하고 습득된 인식과 판단의 덩어리들은 새로운 발상을 위한 시작을 알린다. 세상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은 감상하고, 이해하고, 숨은 무엇인가를 파악하기 위한 대상이다. 기획자에게 세상은 언제나 익숙하면서 낯설다.
일상 자체가 기획의 연속이다. 가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할 때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본다. 잘못을 저질러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과 행동 역시 진심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포장 없는 기획이다. 일상의 기획들이 모여 인생의 작은 오솔길을 채워가고 그동안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로 나를 인도해 준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더 멋진 기획자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계에 대한 기획을 실천하도록 종용하는 기획자들도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 앞으로 기획의 멋진 신세계는 끊임없이 그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