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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Oct 19. 2021

책 리뷰 - 손원평의 { 4월의 눈 }

창비 20121.6  / 손원평- 타인의 집 / 270page

저자 손원평은 서강대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장편소설 <아몬드>로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 소설 < 서른의 반격 프리즘> 등을 썼으며 다수의 단편영화 및 장편영화 <침입자>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손원평은 그동안 창작과 비평 그리고 다른 곳에 출품했던 소설을 <타인의 집> 엮어 출판했다. 8편의 단편을 모아 그중에 하나의 제목인 <타인의 집>이 제목이 되었다. 그러니까 장편소설은 아니고 8편의 단편을 모아 놓은 셈이다. 타인의 집 책에는"모두에게 특별한 여름!" 문장과 2021.6. 손원평 이름이 새겨진 저자의 싸인이 들어 있다. 누군가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도 타인을 향한 시선은 고요하게 살피는 눈길이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은 우리를 대중에서 시민으로 관중에서 독자로 이끌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손원평 이름을 검색해 보니 리뷰나 서평의 글이 상당히 많았다. 그만큼 저자가 널리 알려진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손원평 <타인의 집> 소설 중  < 4월의 눈>의 내용을  리뷰해 본다.




타인의 집 첫 번째 단편 소설은 < 4월의 눈>이다. 핀란드에서 한국을 방문한 마리가 주인공 부부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생긴 이야기이다. 눈이 내릴 것 같던 날 주인공 부부는 4년 5개월의 결혼생활을 끝내자는데 합의한다. 그때는 4월이었고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집으로 와 보니 중년 여성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개월 전에 그들은 비앤비 어플에다 앉은자리에서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 외국 사람들을 숙박하도록 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신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돌연 취소하는 상황도 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마리였다. 그녀는 핀란드에서 한국에 오고 싶다고 예약했다. 그러다 예정된 1월 약속을 이틀 전에 돌연 취소했다. 전날 대청소를 하고 장을 잔뜩 봐 온 상태라 예의 없는 태도에 기분이 상했다. 메일을 보내면 제대로 마음을 전달할 수 없고 호의적이 되기도 해서 난처했다. 그래서 세계 도처에서 머물고 싶어 하는 팬레터를 계속 받게 된다. 하지만 둘은 사이가 점점 안 좋기 시작했다.


핀란드 마리에게 4월 다시 오겠다는 연락을 받고 오래전부터 각방을 썼지만 부부는 같이 쓰기로 한다. 둘은 마리를 끝으로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리가 오는 바람에 장을 봐다가 아내는 닭찜을 해 주었고 마리의 감탄을 받게 된다. 핀란드에는 산타마을이 있다. 그곳엔 눈이 많이 내리고 산타마을 덕분에 한 해에 백만 명이 다녀 간다고 한다. 마리로 인해 이야기도 나누고 분위기가 좋았다. 마리와 나눴던 대화들을 되새기며 조잘대고 비밀스럽게 말하며 낄낄댔다. 마리가 주인공 부부의 첫 만남이 궁금해서 물었고 둘은 회상했다. 남자는 지하철에서 놓고 내린 우산을 여자에게 주려고 비가 내리면 들고 탔다. 그러다 겨울이 되었고 여자는 집 근처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우산을 쓰고 가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 이건 내 우산인 것 같은데요, ' 그러자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그럼 난 어떡하죠? 난 지금 눈을 맞고 싶지 않은데요.' 하는 수 없이 난 물었죠. '그럼 같이 쓰고 가실래요?'라고요. 왠지 그날 그는 만나기로 약속한 것처럼 친숙했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우산을 같이 쓰고 같이 걸었고, 바로 그다음 날 연인이 되었답니다. <(타인의 집)- 4월의 눈 > 29page


둘은 근처에 살았고 다음날 연인이 되었고  2년 후에 결혼했다. 둘은 몇 해전에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왔다. 발리의 자연을 생각할 때 행복했다. 아내는 공방에서 소품이나 패블릭을 만들었다. 바느질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런데 갈수록 목적도 없이 바느질을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런 모습이 불편해지더니 질식할 것 같은 두려움이 짓눌렀다.


마리와 공연을 보러 갔을 때 같이 영화를 봤고, 손을 잡았으며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끝나고 아내가 돌아오다 임신한 여자와 아이가 걷는 것을 보고 집에 와서 바느질 하기 시작했다. 서늘함으로 돌변한 아내는 전에 양수 검사하다가 터져 사산아를 낳았던 이야기를 꺼내 원점으로 돌아갔다. 둘의 사이는 급속히 냉각되고 서로 증오했다. 아내는 쉽게 자극을 받고 불시에 돌변했다. 습관처럼 이혼을 요구했기 때문에 이웃들도 우리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아내는 울기 시작했고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견딜 수 없어 계단을 뛰어내려 왔을 때 마리가 서 있었다. 마리는 다른 곳에서 잔다며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했다고 했다. 마리와 남자는 바깥을 걸었고 공연에 잘 다녀왔는지 물었다. 마리는 눈이 녹은 한국의 모습을 걸어보고 싶어서 안 갔다고 했다. 그래서 무작정 거리를 걸었고 둘은 함께 했다. 술 취한 남자의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 어디서나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눈이 다 사라진 길을 걷는 것도 추하지 않다는 것으로 소설은 끝났다.

                                          



지금 계절은 10월 중순으로 낙엽이 물들기 시작할 때인데 급작스런 한파로 날씨가 춥다. 손원평의 《4월의 눈》을 읽고 반대편의 계절 4월을 소환한다. 한국에서 4월의 눈은 보기 드물다. 4월은 새싹이 자라고 꽃들이 피고 그중에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시기이다. 게다가 4월에 눈이 내리면 기온 상승으로 금방 녹아 버린다. 주인공의 결혼 생활이 눈처럼 금방 녹아버려서 제목과 상황을 택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겨울에 쌓인 눈처럼 덮어 두었던 문제가 마리의 방문으로 한줄기 빛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각방을 쓰다가 어쩔 수 없이 한 방을 쓰고,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갔으니 말이다.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돌아오다가 임산부가 아이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못 보았다면 어땠을까? 눈이 녹으면 드러나듯이 그래서 둘 사이의 문제도 4월의 눈이라는 제목을 붙인 걸까? 아이를 잃은 것이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면서도 너무 거기다 초점을 맞추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일을 들추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보다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리의 방문으로 재결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 사랑이 좀 더 충만하다면 모든 것을 덮어 주고 이겨 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면서~~


https://youtu.be/7u_o28xwB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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